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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황해창> ‘녹색성장’과 MB, 그리고 대선후보들
대선후보들에게 묻는다. 녹색성장에 대해 얼마나 고민해 보았냐고. 차기 정부가 그나마 폼 잡고 일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환경, 다시 말해 녹색성장이란 걸 이제라도 알았음 한다.


요즘 우리를 보고 배 아파할 이들이 적지 않을 것 같다. 너무 튄다 싶을 정도로 잘나가는 브랜드 ‘코리아’이니 말이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비상임)이사국 진출에 이어 곧바로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까지 인천 송도신도시에 유치해냈다. 한류(韓流)는 여전히 거침없고.

15년 만의 유엔발(發) 낭보도 낭보지만 GCF 사무국 유치는 더 눈여겨볼 가치가 있다. 우선 후방효과가 워낙 크다. ‘세계녹색은행’답게 모든 면에서 세계 경제를 쥐락펴락하는 세계은행(WB)이나 국제통화기금(IMF)에 못지않다. 이런 기구가 아시아권에 들어서는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이명박(MB) 대통령이 G20 정상회의 등 올 들어 3차례나 정상 그룹회의에 참석해 동분서주하고, 외교라인이 발바닥 닳도록 뛰어준 덕이다. 특히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김용 WB 총재, 성 김 주한 미국대사, 주미 대사 출신 한덕수 무역협회장, 국제가수 싸이 등 든든한 이들도 큰 힘을 보탰다.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 엊그제 하루 간격으로 “한국이 세계를 지배하고 있다”고 할 만도 하다.

내가 아는 한 MB의 ‘녹색’ 집착은 가히 병적이다. 개천을 덮고 산을 뚫고 바다 밑을 가른 이력의 심리적 역습이라면 억지일까. 서울시장 시절 청계천 복원을 단숨에 해치울 때부터 나름 지켜봤다. 4대강 정비사업도 맥은 같다. 퇴임 후 자전거 전국일주 희망은 MB의 녹색 종결판인 셈이다.

아무튼 그 사이 녹색정책을 주관하게 될 국제기구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가 우리 주도로 엊그제 서울에서 공식 출범했고, 녹색기술을 지원할 녹색기술센터(GTC)도 발족했다. GCF까지 가세하면 녹색성장의 필수 요소인 정책ㆍ기술ㆍ기금 3박자를 다 갖춘 것이다. 순전히 실력으로 이룬 것이기에 한강기적도 올림픽도 월드컵도 죄다 운칠기삼(運七技三)이라 조롱하던 이웃들이 머쓱해하고도 남을 일이다. 인사난맥에다 권력형 비리로, 지금은 내곡동 사저 특검으로 곤경에 처한 터라 썩 어울리진 않지만 잘한 것은 잘했다고 말하자.

사실 우리에게 운도 따른다. 기후온난화 등 환경문제에 관한 한 배부른 선진국들과 먹고살기 바쁜 개도국 간 마찰은 심각하다. 과거 백년 이상 지구를 더럽힌 미국이 이제 막 가스를 뿜어대는 중국더러 틀어막으라는 꼴이다. 양쪽 입장을 누구보다 잘 아는 것이 우리다. 비단 환경뿐만이 아니다. 원조를 받던 나라가 원조를 베풀고, 뼈 빠지게 산업화를 해낸 뒤 피 흘려 민주화를 이룬 대가다. 국제기구나 각종 세계 총회 장소로 각광받던 유럽이 재정난에 처하면서 아시아권이 뜨고, 게다가 세계 경제 순위 2, 3위를 뒤바꾼 중국과 일본이 각종 유치전에서 “너만 아니면 된다”며 으르렁대기 바쁜 것도 요행이라면 요행이다.

이제 남은 과제는 지속성이다. 다 차려놓은 밥상, 녹색성장 하나라도 과연 정권을 초월해 낼 수 있을지 의문이다. 대선후보들에게 묻는다. 녹색성장에 대해 얼마나 고민해 보았냐고. 차기 정부가 그나마 폼 잡고 일할 수 있는 분야가 바로 환경, 다시 말해 녹색성장이란 걸 이제라도 알았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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