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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칼럼>정책대결의 美대선 vs 네거티브 공방 우리대선-김대우 국제팀장
23일 오전 10시 회사에서 CNN을 통해 생중계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과 밋 롬니 공화당 대선후보의 3차 TV토론회를 지켜봤다. 대선일(11월6일)까지 꼭 보름 남은 시점에서 플로리다주 보카레이튼 린대학에서 열린 3차 TV토론에서 두 후보는 외교정책을 놓고 격돌했다. 앞선 두 차례의 TV토론에서 오바마 대통령과 롬니 후보가 각각 1승씩 주고받으며 초박빙인 상태에서 이번 결승 토론이 최대 승부처가 될 것으로 본 두 후보는 일찌감치 20일부터 유세를 접고 90분간 진행될 토론 준비에 주력해왔다.

미 대선에서 TV토론의 영향력은 막강하다. 1980년 미국 대선 후보 간 TV 토론 도중 공화당의 로널드 레이건 후보가 방청석을 향해 “4년 전에 비해 지금 살림살이가 좀 나아지셨나요?”라고 질문했다. 사람들로부터 “아니오”란 또렷한 대답이 돌아왔고, 그 모습은 전파를 타고 각 가정에 생생히 방송됐다. 민주당의 지미 카터 대통령은 이 질문 하나로 결국 그해 선거에서 무릎을 꿇고말았다. 토론이 승부를 판가름하는 결정적 계기가 된 사례는 존 F 케네디가 리처드 닉슨을 이긴 1960년과 조지 W 부시가 앨 고어를 꺾은 2000년이 대표적이다. 경합주(swing state)의 표심을 좌우할 것으로 보이는 이번 토론은 롬니의 역전 드라마 성사여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토론은 오사마 빈 라덴을 사살하고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매듭지은 오바마 대통령이 유리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리비아 미국 영사관 피습사건과 이란 핵개발 의혹 등에 대한 논란이 지속되면서 상황이 급반전했다. 롬니는 오바마의 외교정책이 ‘강한 미국’을 저버리고 국제사회에서 미국의 역할을 축소시켰다고 맹공을 펼쳤다. 수세에 몰린 오바마 대통령은 리비아 공격 직후 미국의 대통령으로서 적절하게 대응했다며 맞받았다.

이달초부터 이뤄진 3차례 미 대선 TV토론을 지켜보면서 18대 대선이 50여일 앞으로 바짝 다가온 우리 상황이 오버랩됐다. 대선일이 시시각각 다가오고 있으나 아직 본선에 나올 후보가 둘인지 셋인지 모른다. 누가 보수고 누가 진보인지, 공약의 차별성이 없어 공약만 봐서는 누구의 정책인지 감이 안잡힌다. 미국의 경우 공약만 봐도 누구의 정책인지 금새 알 수 있을 정도로 양 진영의 공약이 명확히 비교된다. 가령 오바마 대통령은 부자증세를 주장하는 반면, 롬니 공화당 후보는 소득세율 인하를 외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국방비는 줄이되 국민 의료보험 지출은 확대하겠다는 입장이고, 롬니 후보는 국방비 지출은 손댈 수 없으며 사회·보건·의료 분야 지출을 삭감 대상으로 삼고 있다. 오바마의 큰 정부론과 롬니의 작은 정부론도 비교된다. 이처럼 차이가 나는 만큼 유권자들도 분명하게 지지 정당을 선택할 수 있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 새누리당 박근혜·민주통합당 문재인·무소속 안철수 세 후보의 경제민주화와 복지공약은 닮은꼴이다. 공약의 구체성도 하나같이 떨어진다. 예컨대 복지 혜택을 강조하면서 정작 재원조달 방안을 내놓지 못한다. 후보별로 창조-공정-혁신경제를 주창하지만 내용은 빈약하다. 이러다보니 자기 쪽 유권자를 지키기위한 네거티브 정치공방에 몰두한다. 후보들이 이곳저곳 다니면서 찔끔찔끔 풀어놓는 즉흥 정책과 ‘비용개념 없는’ 공약만으로는 국정운영능력과 정책, 자질을 제대로 검증하기 어렵다.

그나마 후보들의 자질을 확실하게 검증할 대선후보 토론회는 멀찍이 12월 4일, 10일, 16일 세 차례 잡혀 있어 유권자들이 후보들의 진면목을 따지기에는 시간이 터무니없이 짧다. 미국의 경우 20일에 걸쳐 1~3차 토론이 있었고 최종 토론이후 대선까지 15일간 여유가 있는데 비해 토론회기간은 절반정도고 최종토론 후 사흘만에 투표한다. 세계경제 10위권 국가의 최고통수권자가 되고자 하는 후보들의 자질과 정책을 낱낱이 검증하는 자리는 사실상 실종 상태다. 선거가 세 싸움으로 흐르지 않으려면 구체적인 공약에 입각해 진행돼야 한다. 정책토론의 장으로 후보간 토론 만한 것이 없다. 한시바삐 이런 자리가 마련되어 후보들이 정책운영의 비전과 목표, 이를 실현하기 위한 정책수단을 구체적으로 국민 앞에 내놓고 국민의 판단을 받는 자리가 만들어지길 기대한다.

김대우 기자/dew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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