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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우려되는 ‘불통 박근혜’ 이미지 고착화
정수장학회는 ‘강압이 아닌 헌납’이었다는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의 기자회견 후폭풍이 거세다. 민주당 등 야권 공세야 그렇다 하더라도 새누리당 내부 논란과 갈등 증폭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른바 친박(친박근혜계) 진영에서조차 돌파구 마련은커녕 역효과만 났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는다. 특히 박 후보가 인혁당 사건 사과 기자회견 때처럼 법원 판결의 사실관계를 잘못 언급하면서 역사 인식과 불통 논란이 재점화하고 있다.

실제 박 후보의 소통 부재는 심각한 수준이다. 그동안 여론의 숱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불통 이미지는 점점 더 고착화되고 있는 듯하다. 이번 파문의 진행과정만 봐도 이 같은 박 후보의 문제점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우선 중요한 사안을 당내 공식 조직과 협의하지 않고 혼자 결정하는 ‘박근혜 스타일’이 또 적용됐다는 것이다. 당 지도부와 캠프 주요 인사들은 기자회견이 있다는 사실만 알았지 내용은 전혀 몰랐다고 한다. 이상일 선대위 대변인이 기자회견 직전까지 어떤 내용이 담길지 몰라 논평 준비에 전전긍긍했다는 뒷이야기가 들릴 정도다.

정수장학회 관련 회견은 발언 수위에 따라 대선판을 요동치게 할 중대한 사안이다. 박 후보는 ‘아버지 박정희’와 자신에 관한 개인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대선판의 핫 이슈인 만큼 새누리당의 공식 입장을 정리하고 대응해야 할 민감한 사안이다. 극소수의 보좌진과 논의하고 결국 혼자 판단하고 결정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번뿐이 아니다. 지난달 과거사 관련 기자회견 때도, 한광옥 씨 등 주요 인사 영입 때도 마찬가지였다.

새누리당은 지도부가 있지만 사실상 모든 의사결정권을 가진 박 후보가 권위적이고 폐쇄적인 리더십을 계속 보인다면 당 전체의 소통은 마비된다. 문제를 풀어가는 토론 과정이 없으면 직언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 꽉 막힌 정당과 후보에게 정권을 내주고 싶은 국민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불통의 이미지는 박 후보 대선 가도의 발목을 잡는 결정적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을 분명하게 느끼고 고쳐야 한다.

무엇보다 화급한 것은 폐쇄적 의사결정구조를 타파하는 것이다. “그건 제가 알아서 할게요”라 말할 게 아니라 “어떻게 풀어가면 좋을까요”라고 의논하고 소통하는 자세가 절대 필요하다. 선대위를 거창하게 가동하고 각계의 유능한 인사들을 영입해 놓고선 정작 중요한 결정은 보좌진 몇몇과 해버린다면 캠프와 논의 기구는 아무 의미가 없다. 주변에 인(人)의 장막이 쳐진 것은 아닌지도 곰곰 생각해보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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