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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정덕상> 박근혜만 보이는 공룡여당

여당의 자중지란은 빠르게 수습됐지만 당내 계파가 잘개잘개 쪼개져 있는 치부도 드러내고 말았다‘. 朴바라기’ 드라마의 주인공인 박후보 본인이 갈등의 종결자인 동시에, 시발점에 서 있지는 않은지 생각해봐야 한다.


역시 그랬다. 갈등 해결의 종결자는 박근혜였다. 흔들린 ‘박근혜 대세론’의 책임을 둘러싸고 금세 폭발할 듯했던 150석 거대 여당의 자중지란이 빠르게 수습됐다.

박 후보와 새누리당은 갈등 국면 열흘 동안 안철수 무소속 후보 출마 후 소외됐던 뉴스의 중심에 서는 영광을 누렸다. 더불어 친박ㆍ친이로 단순했던 당내 계파가 실박(실세 친박), 원박(소외된 친박), 구박, 신박, 친이, 쇄신파 등으로 잘개잘개 쪼개져 있는 치부도 드러내고 말았다. ‘국민대통합’을 턱하니 문패로 걸어놓은 박 후보로서는 무안하기 짝이 없을 것이다.

임계점에 도달했던 집안싸움이 언제 그랬냐는 식으로 잠잠해지는 모습을 보면 참 이상하다. 달라진 게 별로 없고 특단의 대책이 나온 것도 아니다. 다만 박 후보가 전면에 슬쩍 나섰을 뿐이다. 각자 위치에서 제 역할을 못해주고, 자신만 바라보고 있으니 박 후보도 답답할 노릇이다.

안타깝게도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김대중ㆍ노무현 정권 10년을 빼고 집권여당의 정통성을 이어온 새누리당에서 변화와 다양성이 수렴되는 방식은 수학 공식처럼 틀이 있다. ‘문제 제기→계파 간, 주류와 비주류 간 상호 비방→갈등 증폭→박근혜 바라보기→박근혜 뜸들이기 또는 동문서답→갈등 폭발→박근혜 수습’. 전당대회까지 열어 선출한 지도부는 권위가 떨어지고, 그러니 갈등을 조정하지 못하고, 대주주인 박 후보는 소통에 서툴렀다. 질릴 만도 할 텐데, ‘朴바라기’는 새누리당 고정 드라마다.

주변 인물을 만나보면 박 후보의 놀라운 능력을 자랑하는 데 침이 마를 정도다. 혼전 양상이지만 유력주자 중 박 후보는 가장 오랫동안 대통령이 될 준비를 쌓아왔다. ‘애공약위국준검’, 대통령 DNA(유전자)를 갖췄다고 어떤 이는 평가했다. 애국심, 공정함, 약속실천, 위기관리, 국정수행, (오랜) 준비, 검증 등 7개 단어를 조합한 말이다. 권력의지는 갈수록 견고해지고, 전화받는 상대를 감전된 듯 파르르 떨게 할 만큼 카리스마도 있다. 정치적인 감각과 상황 판단도 상상을 초월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박 후보가 현안에 대해 복도에서 동문서답을 하거나, 타이밍을 놓치는 것은 ‘입력단계’가 잘못됐다고 봐야 한다. 그를 보좌하는 문고리 권력이 환관권력이 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후보는 지난 4ㆍ11 총선이 끝나자마자 소속 의원들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공약을 챙기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박 후보의 ‘치열한 정치’에 혀를 내둘렀다고 했다. 하지만 역으로 보면 박 후보는 1 대 1 지시와 보고, 수직적 리더십에 익숙하다고 볼 수 있다. 다양성이 확대되고 융복합 세상이 되면서 수평적 리더십이 자리 잡은 지 오래다. 이게 감성의 시대에 국민과, 세상과 호흡하는 방식이다.

옛 한나라당 윤리위원장을 지낸 인명진 목사, ‘미스터 쓴소리’로 불리는 조순형 전 의원이 마침 박 후보의 최우선 과제로 ‘1인 지배체제ㆍ사당화 타파’를 제시했다. “박 후보의 리더십이 권위적이고 폐쇄적이어서 모든 당의 논의기구는 의미가 없어졌다. 그래서 박 후보가 바뀌어야 한다”고 했다.

박 후보는 각종 여론조사에서 차기 대통령에 가장 근접해 있다. 이제 생각해봐야 한다. 박 후보 본인이 갈등의 종결자인 동시에, 시발점에 서 있지는 않은지.

jpur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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