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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블랙프라이데이, 파격세일은 없었다”
WSJ, 연중 최저소매가격 비교해봤더니…
11월4째주 美최대 쇼핑 대목
연중최고 할인에 고객 난투극도

시티즌 시계 3월이 최저가
삼성전자 TV 10월이 더 싸

기업들 연말 출혈판매 기피
웬만한 상시 세일보다 못해



미국에서 해마다 11월 4째주 금요일인 블랙프라이데이(Black Friday)는 미국 소비자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연중 최고의 세일 대목이다. 미국 최대 명절인 추수감사절 다음날인 이날은 백화점이나 베스트바이 가전체인점 앞에서 밤샘 줄서기 끝에 개장 셔터가 올라가자마자 매장으로 돌진하는 고객들의 모습이나 상품 쟁탈전 끝에 난투극을 벌이거나 매대가 인파에 무너지는 사고가 단골 뉴스거리가 될 정도이다.

미 소매업계 연중 매출의 20%가 이뤄지고 소매업체 적자가 단 하루 만에 흑자의 검은 글씨로 바뀐다 해서 블랙프라이데이로 불리는 파격 세일날이다. 하지만 이날이 웬만한 상시 세일보다 못하다는 충격적(?) 진실이 드러났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블랙프라이데이 할인의 진실’이라는 제목으로 신문이 가격조사전문업체인 디사이드에 의뢰해 지난 2년여간의 삼성전자의 TV, UGG 부츠, 엘모 인형 등 주요 상품들의 연중 최저소매가격을 비교한 결과를 9일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정가 600달러의 일본제 시티즌 남자 손목시계의 경우 지난해 블랙프라이데이나 이틀 후 이어지는 온라인 세일날인 사이버 먼데이에서 최저가 379달러 선에 판매됐지만 이보다 앞선 3월의 최저소매가는 350달러였다. 삼성전자의 46인치 ‘프로페셔널’ LCD TV는 지난해 10월에 1159달러에 세일 판매됐지만 블랙 프라이데이 가격은 1355달러였다.

또 정가 159.95달러인 UGG의 여성용 ‘클래식 카디’ 겨울 털부츠는 9월과 10월에는 85달러 선에서 세일판매됐는데 블랙프라이데이에는 59%나 높은 135달러가 최저가였다.

어린이 TV프로그램 세서미 스트리트의 ‘엘모’ 캐릭터 인형도 블랙프라이데이에 전달보다 31%나 비싸게 팔렸다. 그나마 블랙프라이데에 핫딜을 실시한 건 IT 업체들이었다. 애플은 이날 태블릿 제품을 41달러나 할인판매했고 MS도 X박스를 100달러 이상 할인 판매했다.

이에 대해 뉴욕의 명품 백화점인 삭스 피프스 애브뉴의 CEO 출신인 아널드 애런슨은 소매업체들이 과학적인 소비자 데이터 분석과 판매전략 고도화로 이제는 대목 매출을 노리기보다는 재고를 줄이는 판매전략을 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연초부터 세일행사를 통해 미리 재고를 줄이는 게 블랙프라이데이나 크리스마스 세일 대목에 밀어내기식 출혈 판매보다 마진이 높고 안전하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미국의 대표적인 할인점인 K마트와 시어스 백화점의 지주회사인 시어스 홀딩스의 상품구매 최고담당자인 론 보아는 자사는 아직도 블랙프라이데이에 몇몇 제품을 할인판매하지만 대부분 제품은 그냥 정가를 받는다고 밝혔다. 더이상 블랙프라이데이에 밤샘 줄서기할 필요가 없어진 셈이다.

<고지희 기자>
/j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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