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호 힐링경제연구소 소장 겸 한양대 겸임교수 |
이런 ‘스크루지 기업’에 대해서는 세무조사도 하고 불매운동이라도 해야 하는 것 아닌가. 이 기업이 근로자의 복지를 잘 해주겠는가, 환경 문제에 신경을 쓰겠는가, 제품에 좋은 재료를 썼겠는가. 경제민주화를 통해서 이런 탐욕적 기업은 혼쭐을 내야 마땅하다.
이런 생각이 정답일까. 그렇다면 프랑스 최고 부자인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 회장은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그는 최근 벨기에에 귀화를 신청했다. 그는 올랑드 정권의 부자증세 움직임을 피해 벨기에로 도피하려는 것이다. 그는 1981년 프랑스에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자 미국으로 도피한 전력이 있다. 이에 영국의 캐머런 총리는 “탈출해오는 프랑스인들에게 영국은 레드 카펫을 깔아주겠다”고 부추겼다.
경제란 참으로 다루기 힘든 문제다. 경제란 한 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이다. 돈에는 국경이 없다.
지금 우리사회는 양극화와 실업, 빈곤의 문제로 고통 받고 있다. 이에 대선후보 캠프 간에는 경제민주화 논쟁으로 뜨겁다. 서로 재벌 기업을 때려잡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대기업의 주리를 튼다고 해서 신자유주의의 병리현상이 치유되는 것은 아니다. 표를 의식한 ‘표퓰리즘’의 소산일 뿐이다.
지금 우리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는 솔직히 재벌의 문제나 MB정권의 정책실패 탓만이 아니다. 신자유주의와 기술 진보에 더 근본적인 원인이 있다. 누가 정권을 잡든 자유무역협정(FTA) 국가 수를 늘려가는 신자유주의 정책을 계속하는 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 근본적인 궤도 수정 없는 재벌 규제와 시장 개입만으로는 ‘언 발에 오줌 누기’이다.
생수 에비앙으로 알려진 프랑스 기업 다농은 방글라데시의 그라민은행과 ‘그라민다농’이라는 요쿠르트 생산업체를 만들었다. 최고 품질의 초저가 요쿠르트로 영양실조에 빠진 방글라데시 어린이의 건강을 구하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한 것이다. 덕분에 수천개의 일자리가 생겨났다. 스포츠 업체인 아디다스도 그라민은행과 함께 아시아 아프리카 빈곤층을 위한 1000원대 운동화 프로젝트를 추진 중에 있다. 좋은 일을 하면서 일자리도 만들려는 것이다. 글로벌 기업의 이런 실험은 확산되고 있다.
이제 우리도 대기업이 나서야 할 차례이다. 신자유주의의 최대 수혜자인 대기업이 스스로 경제민주화에 앞장서야 한다. SK는 이미 소모성 물품을 납품하는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운영하고 있다. 하필 그런 류의 회사를 만든 것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시도 자체는 환영할 만하다.
마키아벨리는 ‘개혁은 기득권자로부터 무엇인가를 빼앗아 내는 것이므로 그들의 심기를 잘 맞춰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다 함께 사는 사회를 만드는데 대기업이 흔쾌히 앞장서도록 하자. 지금은 대기업이 푼돈 몇 푼 내놓는 자선만으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대기업이 축적한 기술과 노하우, 자본을 활용해 우리가 안고 있는 사회적 문제를 직접 해결토록 하자. 대기업이 사회적 기업을 설립해 기여도 하고 일자리도 만들도록 하자. 대기업의 금고를 털 생각만 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사회문제 해결의 주역이 되도록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 K2가 기부금 몇 푼 더 내는 것보다 직접 조경 사업을 하는 사회적 기업을 몇 개 만드는 것이 더 효율적이다. 대기업으로 하여금 상처 난 경제를 힐링토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