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주말부터 16개 중앙부처와 20개 정부출연연구기관 공무원 1만3000여명이 세종시 신청사 입주를 시작한다. 2002년 당시 노무현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충청권 행정수도 공약을 발표한 지 꼭 10년 만이다. 국무총리실 6개 부서 120명이 이삿짐을 싸는 것을 필두로 오는 2014년까지 순차적으로 이전을 완료할 예정이다. 하지만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 심경은 그리 편치가 않다. 수도와 100㎞ 이상 떨어진 곳에 제2의 행정도시가 왜 필요한지 지금도 국민들은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또 그것이 가져오는 비효율성이 어떤 것들인지 너무나 쉽게 짐작되기 때문이다.
세종시는 처음부터 지역주의로 표를 얻어보겠다는 철저한 정치공학적 계산의 산물이었다. 실제 당시 노 후보도 당선 후 행정수도 공약으로 “재미를 좀 봤다”고 공공연히 밝혔을 정도다. 그러나 공약의 후유증은 상상을 초월하는 파장을 몰고 왔다. 국론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정치권은 연일 이전투구 양상이었다. 마침내 헌법재판소 위헌 결정으로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행정중심복합도시’라는 교묘한 편법이 동원되며 갈등을 다시 이어갔다.
더욱이 행정수도공약의 문제점을 잘 아는 당시 한나라당마저 지역주의 표심에 흔들려 우왕좌왕하는 바람에 사태는 더욱 악화됐고, 나라 전체가 혼란의 수렁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이명박 정부가 뒤늦게 과학ㆍ기업도시 중심으로 다시 돌리자는 현실적 수정안을 냈지만 여당 내 갈등과 소통 부재로 무산되고 말았다. 이런 우여곡절 끝에 세상에 빛을 보게 된 게 세종시다.
산고가 유난히 컸던 만큼 이왕 태어났다면 세종시가 제대로 커갈 수 있도록 정부와 정치권은 물론 모든 국민이 함께 힘을 모아줘야 한다. 세종시로 내려가는 공무원들도 서울로 돌아올 생각만 하지 말고 그곳에서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사명감과 각오를 거듭 다져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한 근린생활시설은 물론 이중생활 갈등의 원천인 교육 여건을 충분히 갖추도록 정부와 세종시 당국은 각별한 신경을 써야 할 것이다. 아울러 현지 공무원들의 서울 출장이 최소화할 수 있도록 원격화상회의 시스템과 스마트워크센터 구축도 속히 마쳐야 한다.
그렇더라도 세종시 파동의 교훈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 그것은 한마디로 공약의 무서움이다. 표만 되면 앞뒤 따지지 않고 남발하는 인기영합적 공약이 어떤 결과를 가져오는지 우리는 똑똑히 보았다. 연말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특히 유념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