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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EO 칼럼 - 김건>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과학기술 전략
과학기술자들은 앞으로 해야 할 연구에 대해 다방면으로 생각을 보태는 것이 일상사 중의 하나이다. 이를 위해서 논문을 뒤적이기도 하고 외국을 여행하며 전문가들과 상의하는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끊임없이 변하는 연구 환경, 하루가 멀다고 등장하는 새로운 상품들, 그리고 유행하는 사람들의 관심들 사이에서 연구자들은 방향을 잃고 헤매는 일이 다반사이다. 개개인들의 연구 방향도 어려운 일이지만, 더 크게는 사회 전체의 연구 방향이 그 사회의 발전과도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과학기술이 미래의 도전을 맞아 인류의 발전을 견인해왔음은 주지의 사실일 것이다. 역으로 미래 사회에 대한 식견이 과학 기술의 방향을 제시했음 또한 사실이다. 흔히 기술의 중립성을 말하지만 기술은 생명의 진화가 그렇듯이 환경에 적응하고 영향을 미치면서 발전한다. 스마트폰 개발의 마지막 단계에서 필요했던 것은 새로운 과학적 지식이 아닌 인간에 대한 통찰과 디자인이었다. 1900년대에 이미 가솔린자동차와 비슷한 수로 존재하던 전기자동차가 석유파동 이전까지 기술사에서 사라진 이유는 가격경쟁력뿐만 아니라 내연기관 등 과학기술의 사회 적응력이 높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우리는 기술이 사회와 별도로 발전할 수 없음을 기억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를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기술은 물론 미래 사회 자체를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미래에 대한 식견이 절실하다. 우리의 미래가 지금 우리 삶의 방식의 연장일 수 없기 때문이다. 인류의 대단한 성취가 석유와 석탄이 대변하고 있는 화석 연료의 무분별한 소비를 바탕으로 하고 있음은 우리 모두가 걱정하고 있는 사실이다. 화석연료와 대량 소비에 의지한 발전을 전 인류가 누리기에는 지구 자원의 낭비가 매우 크다. 폴 길딩이란 작가의 표현을 빌린다면 지구는 이미 꽉 차버렸다. 인류가 발전없이 현재를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1.5개의 지구가 필요하며 현재의 우리나라와 같이 산다면 두세 개, 현재의 미국과 같은 생활을 한다면 대여섯 개 이상의 지구를 이용해야 한다. 점점 서구 수준에 수렴시키고 있는 전 세계적인 발전은 더 효율적이고 지속가능한 방식으로 지구를 이용할 전환기를 준비해야 함을 알려준다. 우리는 미래에 대응해야 하고 우리가 사는 방식을 바꿔가야 한다. 과학기술도 이러한 바탕에서 미래의 연구 방향을 찾아야 할 일이다.

따라서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는 과학기술전략을 수립함에 있어 정책결정자와 전문가들은 미래 기술을 둘러싼 환경을 이해해야 한다. 아울러 전환을 준비하는 과학기술을 지원할 정책적인 방안을 같이 고민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미래에 대한 예측이 꼭 필요한 일이다. 이러한 의미에서는 인문사회 학자들이 과학 기술자들에게 영감을 줄 의무(?)가 있다. 과학 기술자와 인문사회 전문가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미래를 같이 고민해야 한다. 이들이 모두 고루 참여하는 객관적인 미래예측 연구들에 대한 투자와 방법론 개발이 이뤄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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