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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크 DNA, ‘쓰레기’ 오명 벗어
질병 관장…게놈 세밀 지도 통해 밝혀져


[헤럴드경제=권도경 기자]‘쓰레기’로 취급 받았던 ‘정크 DNA(junk DNA)’가 오명을 벗었다. 인간 게놈(유전체) 세밀 지도가 완성되면서 정크 DNA가 질병을 관장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BBC는 5일(현지시간) 2만1000여개의 유전자로 구성된 인간 게놈 세밀 지도 ‘DNA 백과사전(Encyclopedia of DNA Elements)’이 완성됐다고 보도했다.

DNA 백과사전에 따르면 인간 유전자의 98%를 차지하는 정크 DNA에서 유전자의 발현을 촉발하거나 정지시키는 스위치 400만개가 발견됐다. DNA의 특정 분절에 위치하는 이 스위치들은 심장병, 당뇨병에서 정신질환에 이르기까지 각종 질병의 위험을 높이거나 낮추는 것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동안 정크 DNA는 기능이 거의 없고 정체가 불투명한 쓸모 없는 유전자들로 인식되며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인간 게놈 지도 완성 후 과학자들은 전체 유전자 중 2%에 불과한 단백질 암호화 유전자(protein-coding gene)에만 관심을 쏟아 왔다. DNA의 작은 분절을 차지하는 이 유전자에는 특정 단백질을 생산하라고 지시하는 암호가 들어 있다.

하지만 이번 세밀 지도 작성 작업에서는 정크 DNA에 대해서도 정밀 분석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전체 유전자의 80%가 저마다 특정한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이번 프로젝트를 지휘한 이원 버니 유럽생물정보학연구소 박사는 “인간 게놈의 상당 부분이 지금까지 생각했던 것보다 많은 생물학적 기능을 수행한다는 사실이 분명해졌다”면서 “이제 ‘정크 DNA’라는 말은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정크 DNA에 담긴 정보들이 많은 질병의 새로운 치료법 개발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영국, 일본, 스페인, 싱가포르의 32개 연구소 과학자 442명이 참가한 DNA 백과사전 프로젝트는 지난 2003년 시작된 이래 9년 만에 빛을 봤다.

인간 게놈을 이루는 32억개 DNA 염기 서열의 기능적 요소를 망라한 이 백과사전의 내용은 네이처(Nature), 게놈생물학(Genome Biology), 게놈연구(Genome Research) 등 3개 과학전문지에 총 30편의 자유 이용(open-access) 연결 논문 형태로 발표됐다.

k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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