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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ccupy 백악관” 킹메이커들의 대혈투
‘부시 진영’ 롬니-‘클린턴의 사람들’ 오바마 지원…후보 부인들 ‘남편 대통령 만들기’ 내조 경쟁속 각계 거물들도 공개 지지선언
미국 대선을 두 달여 앞두고 민주, 공화당이 초박빙 승부를 연출하면서 ‘킹메이커’들의 활약상이 부각되고 있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과 공화당 폴 라이언의 대결 구도인 부통령 후보들의 1인자 만들기 경쟁과 함께 선거 전략을 짜는 참모진의 치열한 두뇌싸움도 점입가경이다. 각계 거물이 지지를 공식화하며 양 진영에 속속 합류하는 가운데, 후보 부인 간 내조 경쟁도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롬니 사단 vs. 오바마 사단=밋 롬니 캠프는 조지 W 부시 전 행정부 시절의 참모진인 ‘부시 사단’으로 채워져 있다. 정치고문 칼 로브와 함께 부시의 최측근이었던 에드 길레스피는 선임 정치고문이다. 부시 대통령 때 백악관 경제자문위원장을 지낸 글렌 허버드와 그레고리 맨큐는 경제팀에 합류했다. 칼 로브는 1억달러 이상의 자금이 모인 슈퍼정치행동위원회(슈퍼팩) ‘아메리칸 크로스로드’를 이끌며 외곽에서 롬니를 돕고 있다.

부시 행정부 시절 마이클 헤이든 전 중앙정보국(CIA) 국장, 마이클 처토프 전 국토안보부 장관 등은 외교ㆍ테러 문제를 자문하고 있다. 대표적인 네오콘(신보수주의자) 존 볼턴 전 유엔 대사도 롬니의 정책 구상에 간여하고 있다. 또 정부 지출 삭감을 주창하는 전문가 등을 보완해 ‘큰 정부’를 지향했던 부시 전 대통령 당시 사단과 균형을 맞췄다. 이를 두고 롬니 진영이 과거로 시계를 돌려놓는다는 지적도 나온다. 롬니 캠프의 수석 전략가는 미디어 컨설턴트 출신의 스튜어트 스티븐스가 맡고 있다.

버락 오바마 재선 본부는 오바마 행정부 백악관 초대 비서실장을 지낸 ‘오바마의 남자’ 람 이매뉴얼 시카고 시장과 백악관을 나와 시카고로 복귀한 윌리엄 데일리가 주축을 이루고 있다. 이들은 오바마의 특사 역할을 하면서 자금 모금행사를 주관하고, 재선 본부의 자문 역도 맡게 된다. 이매뉴얼은 시카고 시장직을 수행하면서도 이미 지난해부터 민주당 주요 모금행사에 오바마를 대신해 참석하는 등 재선 본부의 중추가 돼왔다. 민주ㆍ공화 양당의 부통령 후보는 연륜이 깊은 조 바이든과 젊은 이미지를 갖춘 폴 라이언이 상대방 대통령 후보의 저격수를 자처하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클린턴 vs. 딕 체니=양당 후보에 힘을 실어줄 각계 인사 모시기 경쟁도 뜨 겁다. 민주당은 특히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을 반기고 있다. 퇴임한 지 11년이 지났지만 민주당 지지자 사이에 ‘빅 도그(큰 개)’로 불릴 만큼 대중적 인기가 여전하기 때문이다. 또한 그는 재임 기간에 미국 경제 번성기를 이끈, 마지막 민주당 대통령이다. 따라서 그를 활용하면 유권자들에게 경제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인물은 오바마밖에 없다는 점을 부각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클린턴은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오바마를 대통령 후보로 공식 지명하는 역할을 맡았다. 클린턴의 전당대회 참석은 당원들의 단합에도 일조할 것으로 기대된다. 오바마 캠프의 데이비드 액설로드 전 백악관 선임 고문은 “지난 4년은 물론, 과거 20년 동안 빌 클린턴보다 넓은 안목을 갖춘 사람은 지구상에 없다”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클린턴은 오바마나 캠프 관계자들과 수시로 선거 전략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민주당 전당대회에선 ‘리틀 오바마’로 불리는 멕시코계 훌리안 카스트로 샌안토니오 시장이 기조연설을 한다. 소비자운동의 기수로 불리는 엘리자베스 워런 민주당 상원 의원,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태미 볼드윈 하원 의원, ‘흑인의원모임(CBC)’ 회장 출신의 바버라 리 하원 의원 등도 연설자 명단에 포함됐다. 지미 카터 전 대통령은 공화당의 조지 부시 전 대통령 부자와 마찬가지로 전당대회에 직접 참석하지 않는 대신, 영상메시지를 전한다. 공화당은 클린턴의 대항마로 네오콘 대변자인 딕 체니 전 부통령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2009년 공직 은퇴 이후 오바마의 외교 안보 정책을 맹비난해왔고, 오바마에 대해 “가장 약해빠진 대통령”이라고 깎아내리기도 했다. ‘보수계 총아’로 차기 대통령 후보로 거론되는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 미아 러브 유타 주 새러토가스프링스 시장,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 등도 공화당 전당대회에서 활약이 돋보였다. 연예계 인사로는 조지 클루니가 오바마,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롬니 지원에 각각 앞장서고 있다.

▶앤 롬니 vs. 미셸 오바마=두 후보 진영의 부인도 전통적인 내조 방식에서 벗어나 토크쇼 출연, 언론 인터뷰, 유세 현장 방문 등 다양한 방식으로 남편을 거들고 나섰다. 미셸은 오바마 대선 과정은 물론 취임 당시부터 줄곧 남편 못지않은 대중적 인기를 누려왔다. 그런 그가 최근 선거 유세 현장에 동행하고, 의료 개혁 등 정치 사안과 관련해 남편의 입장을 대변하는 등 남편 대통령 만들기에 적극적이다. 그는 3일 개막한 민주당 전당대회에서 지원연설에 나선다. 앤 롬니는 이에 비해 유권자들의 감성에 호소해 눈물샘을 자극하는 스타일이다. 얼마 전 열린 전당대회에서도 그는 롬니와의 연애 시절 얘기 등 남편의 인간미를 부각시키는 연설로 호평을 받았다. 오바마-롬니 후보가 극명히 대립각을 세우는 만큼 두 사람의 상반된 내조 방식은 출신 배경 및 살아온 과정 등과 연관이 있다. 미셸은 하버드대 로스쿨을 졸업하고 변호사를 지낸 커리어우먼이었다. 반면 앤은 평생 전업주부로 살아왔고 다발성 경화증과 유방암 투병생활을 하기도 했다. 

김영화 기자/bettykim@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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