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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광장> 하우스푸어 대책의 전제
[헤럴드생생뉴스] 집값이 고공행진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금융기관은 3년 거치 기간 중에는 이자만 내고 원리금 상환은 그 후 5년에 걸쳐 천천히 해도 좋다고 한다. 이 경우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무리하게 차입을 해서 어떻게든 집을 구입한 후 다소 벅차더라도 이자를 내면서 버티다가 3년 이내의 기간에 집값이 충분히 오르면 집을 팔아 차입금을 청산하는 것이 된다. 집값이 정말로 많이 오른 상황이라면 이번에는 차입금을 청산하고 남은 자본 이득만으로 번듯한 자기 집을 장만할 수 있다.

그런데 집값이 오르지 않거나 오히려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 것인가. 이자 내기도 벅찬 상황에서 거치기간이 끝나 원리금까지 상환해야 하는 상황이 된다면 이를 감당하기 어렵게 된다. 집을 처분해서 이 문제를 해결하자니 집값이 너무 떨어져 손해가 막심할 뿐만 아니라 손해를 감수하고 집을 내놓아도 사러 오는 사람이 없어 처분할 수도 없다. 원리금을 못 갚게 되는 상황이 오면 집은 경매 처분되고 내집 마련의 꿈이 산산조각 남과 동시에 중산층은 언감생심 남의 얘기가 된다. 이것이 하우스푸어 문제의 핵심이다.

하우스푸어 문제를 방치하면 집값 하락과 하우스푸어의 증가가 악순환을 통해 증폭된다. 중산층은 얇아지고 사회 양극화는 심화되며 사회통합에 심각한 문제가 초래돼 결과적으로 성장잠재력이 저하된다. 이것이 하우스푸어 문제를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이유이다.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다는 인식과 함께 선거철이 겹치면서 하우스푸어 관련 다양한 대책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정책의 유효성에 관한 판단 이전에 정책수립의 전제에 대해 생각할 필요가 있다. 먼저 생각할 것은 하우스푸어는 개인적 선택의 결과라는 것이다. 집값이 올라갈 것으로 잘못 예상한 것이 근본 원인이므로 책임의 대부분은 개인이 지는 것이 마땅하다. 따라서 도덕적 해이에 관한 시비가 발생할 여지가 있는 정책들은 배제돼야만 한다. 공공이 하우스푸어 주택을 매입해 준다거나 채무조정을 해 준다거나 하는 대책들이 이 범주 안에 들어갈 수 있다. 빚지는 것이 싫어서 과도한 차입을 하지 않고 아등바등 살아온 성실한 중산층의 숫자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을 염두에 둬야 한다.

공공의 부담이 지나치게 과중한 대책 역시 곤란하다. 배드뱅크의 형태이든, 펀드의 형태이든 하우스푸어 주택을 구입하겠다는 대책들이 이 범주에 들어간다. 집은 상당히 비싼 재화다. 하우스푸어 집을 직접 매입하는 방법의 효과는 즉각적일 수 있지만 돈이 너무 많이 들어 실천에 옮기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만일 공공의 능력이 허용되는 범위 안에서 구매를 추진한다면 그야말로 조족지혈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어떠한 방식이든 공공이 하우스푸어 중 일부의 집을 직접 구입해 주겠다는 정책은 기술적으로도 집행이 쉽지 않을 것이다. 공공이 집을 직접 구입하겠다고 나서는 경우 기본적으로 결정해야 할 문제는 얼마에 구입할 것인가다. 집을 구입하는 공공기관이 부담해야 하는 각종 비용과 장래 추가적인 집값 하락에 대한 리스크 부담 등을 감안하는 경우 매입가는 현 시가보다 낮을 수밖에 없다. 매입가가 너무 낮으면 이에 응할 사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시가 대비 매입가 비율이 정부가 생각하는 장래 집값의 추가 하락률이라는 잘못된 시그널을 시장에 줄 가능성도 높다. 매입가가 너무 높은 경우 너무 많은 사람이 매입해 달라고 할 것인데 하우스푸어의 정의 자체가 모호한 상황에서 이들 중 일부만 추려내 지원하는 과정에서 원성만 사게 될 가능성이 높다. 매입가 결정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어 보인다.

하우스푸어의 채무를 장기간에 걸쳐 감당할 수 있게 만들어주는 대신 소유권의 전부가 아닌 일부를 유보하는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게 하고 공공의 부담을 최소화할 수 있는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 최선이다. 이러한 메커니즘은 구축될 수 있을 것인가.

서승환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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