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현지시각) 영국의 일간지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최근 스페인에 사는 세실리아 기메네즈(81)라는 할머니가 스페인의 화가 엘리아스 가르시아 마르티네즈가 그린 120년 전 작품, ‘에케호모(Ecce Homo. 이사람을 보라)’에 물감을 덧칠해 심하게 훼손하는 일이 벌어졌다.
‘에케호모’는 가시 면류관을 쓴 예수의 얼굴이 그려진 프레스코화(벽화의 일종). 이 작품은 최근까지 스페인 남동부 보르자(Borja)에 위치한 한 교회에 보관돼 있다가 몇주 전, 마르티네즈의 손녀 테레스 가르시아 블랑이 한 종교예술품 전시장에 기부하기로 결정됐다. 이에 전시장 직원들은 작품을 확인하고자 성당에 방문했고 그 순간 경악하고 만다.
그림이 마치 어린 아이가 그린 듯 완전히 뭉개져 있던 것.
블랑은 “전시장 직원들이 내게 그림을 보여줬을 때 나는 그들이 내게 농담을 하는 줄 알고 웃음을 터뜨렸다”며 당시의 황당했던 상황을 전했다. 더욱이 해당 작품은 복원작업 허가가 내려진 적이 없어 블랑의 황당함은 더했다고.
사진출처=해당기사 캡처 |
이처럼 그림 속 예수를 완전히 다른 인물로 ‘강제 성형’을 시킨 인물은 바로 이 교회에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기메네즈 할머니. 훼손된 예수의 얼굴을 복원하고자 오일 물감을 덧바른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스페인 현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교회 봉사자들은 교회의 무엇이든 수리한다. 그 사실은 교회 목사님도 알고 계시고 그도 모든 걸 직접 수리한다”고 말했다. 또 어떻게 복원작업 허가 없이 일을 진행했냐는 질문에는 “나는 그 어떤 것도 비밀스럽게 행한 적이 없었다. 교회에 방문하는 모든 사람이 내가 그림을 복원하는 것을 목격했다”며 자신은 순수한 의도로 그림에 손을 댔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문화예술 전문가인 후안 마리아 데 오헤다는 “그가 좋은 의도를 가졌던 것은 확인했지만 어떤 허가도 받지 않고 일을 벌여 감당할 수 있는 선을 넘어섰다”며 향후 기메네즈 할머니가 처벌을 받을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에케호모는 예술계에서 큰 의미가 있는 작품은 아니지만 종교적으로는 보존가치가 있는 작품. 따라서 오헤다의 말대로 기메네즈 할머니가 법적 처벌을 받을 가능성은 적지 않다.
한편 현재 전문가들은 그림을 원상태로 복원할 수 있는지 그 여부를 판단하기 위해 조사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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