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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망언의 기억
“일본의 한국 통치교육이 한국인에게 도움이 되었다.” 1974년 초 일본의 다나카 총리가 의회에서 한 이 발언이 당시 한국 사회를 뒤집어 놓았다. 일본대사관 앞에선 연일 망언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졌고, 사회단체들도 앞다퉈 규탄성명을 발표했다. 전 사회에 반일과 극일 감정이 최고조에 달했다. 급기야 주한 일본대사가 “유감으로 생각하며 깊이 반성하고 있다”고 해명했고, 한국 정부가 이를 일본의 사과로 받아들이면서 한때의 소동으로 넘어갔다.

1984년에는 아베 신타로 당시 외무상이 독도를 건드렸다. “독도는 국제법상으로나 역사적으로 볼 때 일본 영토이다.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거하고 있는 것은 유감이며, 평화적 수단으로 꾸준히 해결을 추진하겠다”고 발언해 한국인들의 격분을 샀다. 당시에도 이를 규탄하는 여론이 들끓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에서 멀어져갔다.


1952년에 시작된 한ㆍ일 국교정상화 회담 때도 일본의 역사인식과 관련한 망언이 문제가 됐다. 1953년 3차 회담 당시 구보다 강이치로 일본 측 대표가 “일본의 36년간 한국통치는 한국인에게 유익했다”고 발언, 회담이 5년간 중단되기도 했다. 1965년 한ㆍ일협정 체결 직후엔 당시 일본 총리가 “독도는 예부터 일본 영토라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발언해 큰 충격을 주었다. 이런 망언의 역사는 끈질기고 집요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노골화됐다. 1990년대 이후 일본이 경기침체 속에 급속한 우경화의 길을 걷고 교과서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포함시킨 후부터는 연례행사처럼 벌어졌다. 하지만 한바탕 홍역을 치르고 난 후 잠잠해졌다. 최근 극단으로 치닫고 있는 독도 갈등도 언젠가 그런 운명을 겪을 것이고, 우리는 다시 망각과의 싸움을 벌여야 할지도 모른다. 

이해준 선임기자/hj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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