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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시아 소비자도 지갑 닫았다
“美·유럽 경기침체에 심리 위축
中·홍콩·한국 등 주요 5개국
소비자 지출 일제히 감소”
월스트리트저널 보도



세계 경제에서 중요한 소비처인 아시아의 소비자가 지갑을 닫고 있다. 수출이 부진해도 내수는 활발했던 아시아 국가가 이제는 내수마저 주춤하는 모습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아시아에서 강세를 띠던 소비 부문이 최근 몇 달간 힘을 잃고 있다”고 보도했다.

WSJ에 따르면 중국ㆍ홍콩ㆍ대만ㆍ싱가포르ㆍ한국 등 아시아 주요 국가의 소비자 지출이 일제히 지난해에 비해 감소했다. 한국 소비자는 자동차 구매와 백화점 쇼핑을 줄이고 있고, 중국 소비자는 의류 구입을 자제하고 있다. 홍콩 루이비통 매장에는 대기 손님의 줄이 짧아졌고, 마카오 카지노의 수익 성장은 최근 3년래 가장 느려졌다.

아시아의 소비자 지출은 스페인이나 그리스처럼 급감하지는 않았지만 기존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역내 최대 경제국인 중국의 지난달 소매판매 증가율은 13%로 전년 동월보다 7%포인트 감소했다.

이는 유럽과 미국의 경기침체로 아시아의 수출이 줄어 경제가 타격을 입을 것을 우려한 소비자의 심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아시아개발은행(ADB)은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6.6%로 전망하고 있다. 이는 지난해보다 0.6% 낮은 성장률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최저 수준이다. 

아시아 소비자는 그동안 안정적인 고용과 임금 상승의 혜택을 누려왔지만 이제 고용시장마저도 믿을 수 없게 됐다. 컨설팅업체 어치브그룹에 따르면 싱가포르 기업 450곳 중 3분의 2가 올해 말까지 채용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6개월 전까지만 해도 같은 대답을 한 회사는 절반이었다. 한국의 경우 실업률이 비교적 낮지만 경제학자는 여기에 거품이 있다고 보고 있다. 장년층 가운데 일자리를 찾지 못해 자영업을 하는 경우가 많은데 실제로는 거의 수익을 얻지 못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심리가 위축되면서 소매상과 기업 오너는 직격탄을 맞고 있다. 홍콩에서 레스토랑을 운영하는 쇼캇 임란 씨는 “구매력이 전보다 약해졌다”면서 “손님 수는 줄지 않았지만 음식을 적게 주문하거나 더 싼 메뉴를 고르는 손님이 많아져 매출이 20%가량 떨어졌다”고 말했다.

서울의 현대자동차 대리점에 근무하는 박종문 매니저는 “부채 때문에 구매 여력이 없는 소비자가 많아졌다”고 밝혔다. 

<김현경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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