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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업체질을 바꾸는 전환의 계기로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에 대한 법정 공방은 4년의 실형과 함께 51억원의 벌금 선고로 일단 마무리됐다. 위장 계열사의 부채를 그룹 계열사가 대신 갚게 함으로써 회사에 막대한 손실을 끼쳤다는 것이 그 요지다. 그룹 총수에게는 가급적 집행유예 선고를 내렸던 관례가 이번에는 적용되지 않은 것이다. 다른 기업들로서도 은근히 걱정스러워할 만한 분위기다. 현재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에 대한 공판도 진행되고 있는 마당이다.

그동안 재벌들에게 관대하다가 법정구속까지 선고될 만큼 엄중하게 내려졌다는 점에서 이번 판결은 새로운 전환점으로 받아들일 만하다. 법 앞에 만인이 평등하다는 원칙과 이에 대한 사회인식 변화에 부응하는 측면에서 주목된다. 특히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따가운 여론이 대기업 총수들에 대해서만 필요 이상으로 아주 민감하게 작용해 왔다는 점에서 이에 대한 해소 효과도 적지 않다. 사법부로서도 솜방망이 처벌로 일관했던 관례로 인해 사법 정의가 무뎌졌다는 비난을 거둬들일 수 있는 기회가 된다.

그러나 우려되는 측면도 적지 않다. 이번 판결이 현재 정치권에서 제기되는 경제민주화 논란으로 인해 영향을 받은 것은 아닌가 하는 점이다. 누구라도 잘못을 저질렀다면 응분의 처벌을 받아야 하는 게 법치사회의 근간이며, 재벌 총수라고 해서 예외는 있을 수 없다. 하지만 일시적인 사회적 논쟁의 여파로 판결의 무게가 흔들리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어떠한 경우에도 판결의 결과는 존중돼야 마땅하지만 판결이 일관성을 잃고 중심축이 흔들리는 경우에는 법질서의 형평성 문제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판결은 그동안의 복잡했던 수사 과정을 되돌아보게 만들기도 한다. 수사가 시작돼 5개월 동안 한화그룹 임직원 등 300여명이 줄지어 소환됐고 압수수색 대상만 해도 20여개 관계사에 이르렀다. 표적수사라느니 별건수사라느니 하는 논란도 불거졌다. 검찰로서야 혐의를 규명하려는 불가피한 조치였겠으나 기업의 통상적인 업무를 저해한 측면은 없었는지, 개선할 방안은 없는지에 대해서도 배려가 필요한 부분이다.

재벌그룹들에는 이번 판결이 기업 체질과 문화를 바꾸는 계기가 돼야 한다. 재벌개혁은 피할 수 없는 사회적 화두다. 총수의 지시 한마디로 모든 것이 일사분란하게 움직였던 제왕적 풍토와 불투명한 회계 관행은 조속히 고쳐져야 한다. 특히 한화그룹으로서는 이번 일로 경영에 차질을 빚지 않도록 관계자들이 최대한의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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