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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원조 ‘헤드윅’ 오만석, 그가 돌아왔다
2005년 첫 무대 주연 후 7년만에 컴백… ‘오드윅’ 별명 붙여줬던 팬들 10월에 다시 만난다는 기대감에 맹연습
뮤지컬 ‘헤드윅’의 원조 헤드윅 오만석이 돌아왔다. 지난 2005년 ‘헤드윅’을 초연한 이후 7년 만이다. 헤드윅보다 더 헤드윅다운 연기로 ‘오드윅’이라 불리며, 팬들의 사랑을 듬뿍 받은 오만석이 다시 무대에 서는 마음은 단순하지 않다. 7년 만에 다시 헤드윅이 된 오만석, 그에게 ‘헤드윅’의 의미는 남다르다.

첫 무대를 앞두고 막바지 준비에 열심인 오만석을 서울 강남의 KT&G 상상아트홀 인근의 카페에서 만났다. 왠지 모르게 존 카메론 미첼과는 다른 헤드윅이 연상되는 그를 보니 그가 가진 약간의 부담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오만석은 “2005년 첫 공연 때는 ‘기대하지 않았는데 괜찮다’는 반응을 얻어 덕도 많이 봤지만 지금은 많은 사람의 기대치가 올라있는 상태”라며 “사람들이 ‘보고싶다’ ‘궁금하다’ 하는 만큼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데 아직 만족스럽지 못해 가야 할 길이 멀다”고 말했다.


▶13년차 배우도 발동이 필요, 적절한 긴장이완이 노하우=‘헤드윅’은 뮤지컬과 영화로 잘 알려진 작품이다. 대중에게 익숙한 작품일수록 연기하기가 쉽지 않다. 오만석은 워낙 오랜만에 하는 작품이라 “오랜만에 가는 여행지의 생소함 같은 게 느껴진다”고 말한다. 헤드윅을 연기하는 마음가짐 또한 남다르다. 자동차가 달려가며 관성이 생기는 것처럼 아직 가속력이 붙은 게 아니라서 아직은 좀 더 발동을 걸어야 한다. 하지만 처음 ‘헤드윅’을 만날 때의 느낌을 그는 잊지 않았다. “어떤 때는 ‘이런 느낌이었지’ 하며 몸이 먼저 반응하는 때도 있었고 어떨 때는 그런 기억들이 방해가 될 때도 있다”고 했다. 주위에선 헤드윅 연기가 조금 달라졌다고 하는데 자신은 잘 모르겠단다.

이젠 관록이 쌓일 법한 13년차 배우인데도 아직도 부족한 부분이 눈에 보인다. 7년이란 시간 동안 달라진 건 체력이다. 그는 “좋게 말하면 경험이 쌓여서 원숙해진 것 같고 나쁜 쪽으론 체력이 약해져 힘 배분을 해야 한다”며, 마냥 의욕대로만 되는 건 아닌가 보다고 했다.

▶연기하다 보니 헤드윅이 나인지, 내가 헤드윅인지=남자 아닌 남자, 여자 아닌 여자, 헤드윅이 가진 성적 정체성은 누구나 쉽게 연기할 수 있는 역할이 아니다. 스스로 “여성적인 매력은 별로 없다”고 말하면서도 공연모드에 돌입하면 “약간 성격이 여성적으로 변하는 것 같기도 하다”며 오만석은 에둘러 말했다. 헤드윅을 준비하며 때론 감상적이기도 하고 예민해지기도 하고 생활리듬이 달라진다. 그동안 가졌던 남성적인 행동패턴, 식습관, 사물과 현상을 바라볼 때의 감정이 헤드윅을 준비하며 조금 차이를 느낀단다. 옷 입고 부츠를 신고 치마도 입다 보면 자기도 모르게 떨어져 있던 무릎도 붙고 평소에는 관심도 없던 다이어트에도 신경쓰게 된다. 식생활도 변했다. “일주일째 낮에 샐러드만 먹고 있다”는 오만석은 “옷맵시를 생각하니 얼굴도 타고 근육이 붙으니까 제일 좋아하는 운동도 두 달째 못하고 있다”고 했다. 물론 야식도 술도 못 먹는다. 심지어 제모에도 관심이 생겼다. 누가 어떤 크림이 좋다고 하면 그것도 사용해보고 다이어트를 생각하다 보니 살도 5㎏ 빠졌다.

그는 헤드윅이 “상당히 난폭하고 거친 면이 있으면서도 섬세하기도 하고 극과 극을 빠른 시간 안에 왔다 갔다 하다 보니 감정의 폭이 넓고 빠른 시간에 변화해야 한다”고 했다. 남성과 여성의 가운데가 아니라 감정의 양 극단을 달려야 하는 성격을 표현하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는 얘기다. 그는 급발진이 힘들기 때문에 평소에 그런 감정을 꽉 채워넣도록 순간에 빠져들고 빨리 털고 일어나는 연습을 한다.

▶‘헤드윅’과 존 카메론 미첼, 그리고 박건형=오만석은 2005년과 2008년 진짜 원조 헤드윅인 존 카메론 미첼과 함께 무대에 선 적이 있다. ‘헤드윅 콘서트’에서 미첼을 만난 그는 인생에 있어 큰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미첼과 대화하면서 많은 부분이 통해 기뻤고 그는 섬세하면서도 얌체공처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성격의 소유자였다”고 회상했다. 2008년 공연엔 잠실실내체육관 객석이 가득 찼다. “그는 관객들의 호응도 좋았고 무엇보다 원조 헤드윅과 함께해 영광이었다”고 말했다.

함께 헤드윅을 연기하는 박건형은 ‘헤드윅’이 처음이다. 그는 박건형에 대해 “작품을 날카롭게 접근하고 소화 능력이 뛰어나 연습하면서도 임기응변으로 잘 대처해 다른 색깔의 또 다른 헤드윅이 나올 것 같다”고 기대했다.


▶‘헤드윅’은 오만석에게 이런 작품=오만석은 ‘라카지’를 보며 이제 이런 류의 작품들이 설 자리가 있고 이젠 부담없이 즐길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됐다고 생각한다. 다만 색다른 성 정체성을 다룬 작품들이 봇물처럼 나오면서 ‘헤드윅’도 이제 또 다른 경쟁력을 찾아야 하는 게 고민이다. 그는 ‘헤드윅’이 “12개의 다양한 종류의 록으로 채워져 음악적 완성도가 높다”고 말했다. 트랜스젠더 로커가 부르는 철학적인 가사의 노래, 처음 듣는 관객들은 이해하기 쉽지 않겠지만 멜로디만 따라가도 즐겁다.

오만석은 “공연 중에 관객에게 받는 뭔가가 있다”며 “헤드윅은 그런 관객의 리액션, 관객의 기운과 제가 준비한 것이 합쳐져야 완성되는 것”이라고 했다. 7년 만의 귀환을 기다리고 있는 그는 예전과는 다른 헤드윅이 되길 기대했다.

문영규 기자/ygmoo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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