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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무너진 집들…北 수해현장은 유령마을”x
AP통신 참상 보도
5~6월 가뭄 이어 추수기 앞두고 홍수 피해까지
WFP, 곡물 336t 긴급지원



“한쪽에는 무너진 집들이 즐비했고, 다른 한쪽에는 임시로 만든 천막들이 늘어서 있어 마치 유령마을 같았다.”

AP통신이 최근 집중 호우로 큰 피해를 본 북한 평안남도 성천군의 한 마을을 13일 찾아 전한 참상이다.

성천군 운곡지구에 사는 리황란 씨는 폭우가 마을을 삼키던 날의 끔찍한 악몽을 떠올리며 눈물을 흘렸다.

지난달 23일 폭우가 쏟아지자 마을주민들은 한밤중에 집 밖으로 황급히 대피했다. 리 씨도 잠옷 바람으로 김일성 주석과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초상화 2개만 들고 황급히 집을 빠져나와 이웃들과 인근 산으로 대피했다고 한다.

리 씨는 “담이 무너지는 소리가 들렸고, 너무 무서웠다”고 전했다. 날이 새자 마을로 내려간 리 씨는 20년간 살았던 집이 폭우에 휩쓸려가고, 마을이 온통 폐허로 변한 모습을 보고 눈물을 쏟고 말았다. 이 마을주민들은 그동안 수많은 홍수의 위협이 있었지만 올해와 같이 심한 홍수는 근래 들어 처음이라고 입을 모았다.

북한 전역에서는 이미 지난 5월과 6월 계속된 가뭄으로 옥수수ㆍ쌀ㆍ콩 등의 작물이 상당수 말라죽는 피해를 봤다. 여기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가을 추수기를 한 달 앞두고 홍수 피해까지 입자 주민들은 망연자실했다.

북한은 이미 주민들에 대한 식량 배급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유엔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주민 3분의 2가량인 2400만명이 식량 부족에 시달리고 있으며, 일부 지역에서는 심각한 굶주림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의 발표에 따르면 지난달 북한에서 발생한 폭우와 홍수로 북한 전역에서 최소 169명이 숨지고, 수만채의 가옥이 파손됐다. 또 수많은 농경지가 침수됐다.

이에 따라 세계식량계획(WFP)은 북한에 곡물 336t을 긴급 지원하기로 했으며, 지난주 구호품을 실은 선박이 출발했다. 북한 주민들은 이번 홍수로 인해 1990년대 중ㆍ후반 아사자가 속출했던 ‘고난의 행군’ 시절이 재연될까 우려하고 있다.

<김현경 기자>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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