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웬수’는 올림픽서 만난다?
앙숙관계 국가들 런던서 장외 신경전 치열…화합 · 공존의 장 무색 ‘올림픽 정신’ 은 어디로…
껄끄러운 경쟁자 내지 으르렁거리는 앙숙관계의 국가들도 서로 마주해야만 하는 올림픽이 돌아왔다. 고대올림픽에서는 올림픽 때만이라도 휴전을 하며 평화를 추구했지만 오늘날의 올림픽은 다르다. 국제사회에서 날을 세웠던 국가들이 런던 올림픽에서도 장외 신경전을 벌여 공존과 화합의 기치를 무색하게 하고 있다. 

▶아르헨티나 vs. 영국=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대통령은 런던 올림픽 개막식 불참으로 영국에 대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난달 27일(현지시간) 열린 런던 올림픽 개막식에는 역대 올림픽 사상 최다인 120여개국의 정상급 인사들이 참석했지만 페르난데스 대통령은 올림픽 행사와 경기를 일절 참관하지 않기로 했다. 이에 대해 아르헨티나 정부는 구체적인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포클랜드(아르헨티나명 말비나스) 분쟁과 관련된 외교적 처사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영국과 아르헨티나는 지난 1982년 아르헨티나가 포클랜드를 침공하면서 전쟁이 시작됐다. 아르헨티나는 1816년 스페인으로부터 독립하면서 포클랜드의 영유권을 넘겨받았다고 주장하는 반면, 영국은 1833년부터 이 지역을 관할해왔다는 입장이다. 전쟁은 영국의 승리로 끝났지만 포클랜드의 영유권을 둘러싼 양국 분쟁은 끊이지 않고 있다.

전쟁이 일어난 지 30년이 지났지만 영국과 아르헨티나는 여전히 전쟁 중이다.


▶레바논 vs. 이스라엘=국경선을 맞댄 채 일촉즉발의 긴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레바논과 이스라엘은 올림픽 매트 위에서도 대립각을 세웠다.

레바논 유도 대표팀이 이스라엘 대표팀과 한 매트에서 연습하기를 거부함에 따라 런던 올림픽 조직위원회는 두 팀 사이에 칸막이를 세웠다.

유도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연습 내용을 볼 수 없도록 전술 노출 방지용 칸막이를 세우는 경우가 있긴 하지만 이번 소동은 오랜 시간 분쟁을 벌여온 두 나라 사이에서 벌어진 일로, 성격이 다르다.

이번 매트 사건에 대해 니트잔 페라로 이스라엘올림픽위원회 대변인은 “레바논 선수들이 대회 조직위에 우리와 함께 연습할 수 없다고 이의를 제기해 매트를 나눴다”고 밝혔다. 그는 “이번 소동은 우리의 뜻과는 무관하다”면서 “이스라엘은 정치와 스포츠를 혼동하지 않는다”고 일침을 가했다.

▶미국 vs. 중국=세계의 두 축(G2)으로 꼽히는 미국과 중국의 경쟁심은 도핑(금지 약물) 논란으로 비화됐다.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중국 수영 선수 예스원이 남자 부문 우승자인 미국 선수 라이언 록티보다도 빠른 구간 기록을 내며 우승하자 미국은 도핑 의혹을 제기했다. 존 레너드 미국 수영 코치는 “믿기지 않는 기록들은 나중에 도핑이 개입된 것으로 밝혀지곤 했다”며 “수영계에 몸담은 45년 동안 누군가가 슈퍼우먼으로 떠올랐다 싶으면 꼭 나중에 금지 약물 사용 판결을 받았다”고 딴죽을 걸었다.

이에 쉬치 중국 수영대표팀 단장은 “록티와 예스원의 기록을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일축하면서 “마이크 펠프스는 베이징 올림픽에서 8개의 금메달을 땄고 미시 프랭클린도 이번 올림픽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이고 있는데 중국은 왜 재능 있는 선수를 보유하면 안 되냐”고 반박했다.

올림픽 조직위가 나서 예스원은 도핑 의혹을 벗었지만 미국과 중국의 관계에는 얼룩이 남았다.


▶중국 vs. 일본=댜오위다오(센카쿠 열도)를 두고 영유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중국과 일본은 유명인사의 축하메시지 하나에도 민감한 반응을 나타냈다. 일본 방송인 아오이 소라가 중국의 런던 올림픽 첫 금메달을 축하했다가 돌팔매질을 당한 것이다. 아오이 소라는 지난달 28일 중국판 트위터인 ‘웨이보’에 “중국의 올림픽 첫 금메달 기뻐요”라는 글을 올렸다. 이 글에는 곧바로 8000개에 가까운 댓글이 달리며 누리꾼의 관심이 집중됐다.

중국의 일부 누리꾼은 “축하해줘서 고맙다”, “아오이 소라도 올림픽에 빠졌구나”, “다 같이 파이팅”, “스포츠에는 국경이 없는 것” 등의 댓글을 달며 호응했다. 하지만 또 다른 누리꾼은 일본인이 중국을 축하하는 말을 한 것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봤다. 이들은 “댜오위다오에 가서 그 말 해보시지”, “그렇게 관심 받고 싶나”, “중국은 언제나 1등, 일본은 바보”, “그럼 국적을 바꾸세요” 등의 댓글을 달며 아오이 소라를 조롱했다.

일본 네티즌은 “아오이 소라는 매국노”라며 분노했다. 이에 대해 홍콩 언론 ‘펑황넷’은 “아오이 소라가 별 뜻 없이 한 발언이 일본인이라는 이유로 자국 누리꾼에게 비난받고 있다”고 평했다.

김현경 기자/pink@heraldcorp.com
연재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