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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결혼사기 ‘꽃미남’에 돈 뜯기고 버림받고…
[헤럴드경제=고재영 인턴기자]지난 3일 일본에서 결혼을 미끼로 현금 185만엔(한화 2600만원 상당)을 가로챈 남성 후쿠치 마사유키(37)가 사기죄로 기소됐다. 후쿠치는 상대 여성의 부모에게 인사를 드리고 데이트 때마다 모든 비용을 지불하는 등 여성에게 신뢰감을 심어준 뒤 신혼집 장만을 위한 계약금을 챙겨 자취를 감췄다.

일본 경시청 아타고 경찰서에 따르면 후쿠치는 ‘결혼사기’ 상습범으로, 사기 미수까지 포함하면 일본 전역에서 20명 이상의 여성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임신 5개월 상태에서 중절 수술을 한 여성, 너무 늦어버려 결국 출산을 할 수밖에 없었던 여성 등 피해 정도와 그 수법의 악질적인 면모가 돋보인다”고 전했다.

경찰이 피해 여성들을 조사한 결과, 후쿠치는 교묘한 언변과 190cm에 가까운 장신, 수려한 외모로 여성들의 호감을 사, 손쉽게 범행을 저질렀음이 드러났다. 





후쿠치의 수법은 치밀했다. 먼저 여성들과의 데이트에서 모든 비용을 자신이 지불해 경제적으로 안정된 상태임을 보여주는 한편, 교제를 시작한 지 한 달이 지났을 즈음 상대 여성의 부모님에게 인사를 드려 신뢰감을 쌓았다. 때문에 피해 여성들은 “후쿠치와의 결혼을 진지하게 생각했다”며 입을 모을 정도다.

후쿠치는 여성들에게 접근해 깊은 관계를 맺으면 “결혼하자”며 신혼집 장만의 이야기를 꺼냈고, “요즘 일이 잘 안풀려서 다음달까지 큰 돈을 모을 수 없을 것 같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팔면 1000만엔(한화 1억 4000만원 상당)이 들어오니 일단 계약금 200만엔(한화 2800만원 상당)을 나에게 보내달라”고 말했다. 임신까지 하게된 여성들은 아무런 의심 없이 돈을 건넸고, 이것이 후쿠치의 사기 수법이었음을 깨달은 여성은 없었다.

후쿠치가 돈을 갖고 잠적한 뒤 사기를 당했음을 알아차린 피해 여성들은 인터넷에 개설된 ‘피해자 모임’ 게시판을 통해 서로를 알게됐다. 피해 여성들에 따르면 후쿠치는 ‘혼활(婚活, 결혼활동을 뜻하는 일본의 신조어)’ 파티, 믹시(일본판 싸이월드), SNS 등을 통해서 만난 여성들을 상대로 결혼사기를 계속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피해 여성들은 후쿠치가 교제 당시 “부모님이 야쿠자(일본 조직폭력배)나 경찰인건 아니냐”고 물어봤던 것을 떠올리며, “당시에는 신경쓰지 않았지만 처음부터 사기를 칠 목적으로 접근했음을 깨달았다”고 말했다. 한 피해 여성은 “왜 저런 남자를 믿었을까. 너무 들떠서 주변이 보이지 않게 되었을지도...”라며 가슴을 쳤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이 여성은 후쿠치에게 400만엔(한화 5700만원 상당)을 잃었고, 임신 5개월 상태였다.

경찰 관계자는 “후쿠치가 큰 키를 이용해 ‘유명 사립 대학의 농구부 코치를 하고있다’고 말해 신분을 속이고, 부모를 만나 인사를 드리는 등 성실함을 강조해 여성들이 쉽게 속아넘어간 것 같다”고 파악했다. 경찰 관계자는 또 “최근 인터넷 상에서 모집하는 ‘혼활’ 파티는 파티의 참가 조건 등을 바탕으로 미리 준비할 수 있어, 이러한 파티에 참가하는 여성들이 사기의 표적이 될 위험성이 있다”고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JYKO422@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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