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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돈으로 산 금배지로 국민 대변하겠나
지난 4ㆍ11 총선에서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과 관련해 일부 유력 정치인들 사이에 거액의 공천헌금이 은밀히 오갔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국회의원의 금배지를 돈으로 거래한 셈이다. 여야 정당들이 한결같이 공천개혁을 내걸고 깨끗한 선거를 치르겠다고 국민들에게 약속하고도 실제로는 과거의 추접한 작태가 거의 바뀌지 않았다는 얘기다. 의혹을 받고 있는 장본인들이 저마다 결백을 주장하고 있지만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직접 나서서 검찰에 고발 또는 수사를 의뢰했다는 점에서 보통 사안이 아닌 것만은 틀림없다.

의혹의 눈길이 쏠린 인물들 가운데 여당 핵심 중진들이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도 충격적이다. 당시 새누리당의 공천위원이던 현기환 전 의원과 당대표를 지낸 홍준표 전 의원이 그들이다. 물론 우리도 그들의 인격과 결백을 믿고자 한다. 그러나 비례대표로 공천을 받아 당선된 현영희 의원으로부터 그들에게 금품이 전달됐다는 제보 내용이 너무 구체적이다. 여기에 선진당의 김영주 의원도 비례대표 공천 대가로 거액을 내기로 약속한 혐의를 받고 있다. 투표권을 행사하는 유권자들을 우습게 봤다는 얘기나 다름없다. 가부간에 조속히 실체적 진실이 밝혀져야 할 것이다.

이 일로 새누리당에 비상이 걸린 것은 당연하다. 사태의 추이에 따라 오는 12월로 다가온 대권 경쟁의 판도가 흔들릴 소지가 다분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현재 여론조사 지지율에서 유리한 위치에 있는 박근혜 전 대표에게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는 당시 비상대책위원장을 맡아 공천을 진두지휘했던 입장이다. 그 스스로 당 쇄신의 첫 단추라며 깨끗하고도 투명한 공천을 강조하지 않았던가. 만약 공천과정에서 모종의 거래가 이뤄진 게 사실이라면 박 전 대표에게도 일정 부분 책임이 있다는 사실을 솔직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선거전에 임하는 본인에게도 오히려 홀가분한 처사일 것이다.

우려되는 것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정치권 주변에서 대통령 선거를 빙자해 기업들에 은근히 음성적인 정치자금을 강요하는 사례가 있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선거가 끝난 뒤의 요직을 노리고 현금뭉치를 앞세워 먼저 접근해오는 사람도 전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반드시 사달이 난다는 경험적인 교훈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이미 차떼기 모금사건의 전례도 있고 전당대회에서의 돈봉투 사건을 겪기도 했다. 그때마다 값비싼 대가를 치러야만 했다. 그러고도 지금 또다시 공천헌금 의혹사건에 휘말려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여야 정당이 앞에선 개혁을 말하면서 뒤로 돈을 챙기는 상황이라면 정치개혁은 어림도 없다. 이래서는 애국가를 거부하는 이석기, 김재연 등 종북의원 제명 추진력이 떨어지고, 안철수 서울대 교수에 대한 검증작업도 타당성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이런 식으로 금배지를 단 의원들이 어떻게 국민의 의사를 대변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이제 공은 검찰로 넘어갔다. 한 점 의혹도 없이 엄정하고 철저한 수사가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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