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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실직자녀 떠안고 등골 빠지는 스페인 노부모들”
[헤럴드경제=김현경 기자]수년째 경기침체에 허덕이는 스페인에서 다 늙은 부모에게 새로운 짐을 지우는 자식들이 늘어나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스페인에서는 장기화된 경제난과 재정위기로 실업연금이 고갈되기 직전인데다, 집값이 떨어져 은행 대출금을 갚지 못하는 가구 또한 계속 늘어나는 가운데 생활고를 해결하려고 연로한 조부모나 부모의 품으로 다시 돌아와 노년을 고달프게 만드는 실직자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은행권의 대규모 구제금융에도 스페인에 대한 투자자의 신뢰는 살아나지 않고 있다. 지난 27일 발표된 스페인의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인 25%에 달했다. 상황이 악화하면서 대부분의 복지혜택이 크게 줄었고 각종 연기금도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노인연금 역시 지난해부터 동결되기는 했지만 아직 삭감되지는 않았다. 돈벌이가 없는 자식이나 손자 세대보다는 노년층의 형편이 상대적으로 나은 셈이다.

전문가들은 늙은 부모에게 의지하는 성인 자녀가 늘어나는 현상의 이면에는 전통적으로 가족 간의 유대가 강한 스페인 특유의 문화도 자리잡고 있다고 설명한다. 자신의 어려움을 가족이 아닌 남에게 털어놓기를 꺼리는 국민성을 갖고 있으며, 늙은 부모들도 아들.손자가 살기 힘들어지면 기꺼이 두 팔을 들고 나선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런 방식은 근본적인 해결책이 못될 뿐더러 다양한 부작용도 초래하고있다. 노인연금으로 모든 가족 구성원이 먹고 살기에는 턱없이 부족한데다, 넉넉하지 않은 공간에 3대가 모여 살다 보니 모두가 심한 스트레스를 받을 수 밖에 없다. 특히 일부 젊은 층은 노인연금을 직접 챙기려고 치매 등으로 의사표현이 불가능한 요양원의 조부모를 본인들의 동의도 없이 집으로 데려오기도 한다.

노약자 지원단체를 운영하는 앙헬 가르시아 대표는 “스페인에서는 경제난이 아주 특별한 방식으로 노년층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많은 조부모들은 전 재산을 자식과 손자에게 주기를 원하고 실제로 그렇게 하지만 젊은 세대가 노년층의 모든 것을 빼앗는 불행한 사례도 있다”고 말했다.

pink@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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