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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캐면 캘수록 더 치졸해지는 담합행위
CD금리 담합 의혹을 계기로 드러나는 금융권, 특히 시중은행들의 고객 우롱행위가 점입가경이다. 대출에 관한 한 어떤 경우를 막론하고 하나같이 치졸하기 짝이 없다. 지점장 지휘로 이뤄지는 창구에서의 고객 평가는 한마디로 ‘엿장수 맘대로’였다. 돈을 적게 빌리면 그 대가로 이자를 더 물리고, 정작 필요한 돈을 요구하면 신용을 미리 의심하고, 연체 경력이 있으면 예외 없이 벌칙 금리를 매기는 식이었다.

그중에서도 신한은행의 고객 신용평가 행태는 엽기 그 자체였다. 고졸 이하는 13점, 석ㆍ박사 학위자는 54점을 주는 등 이른바 ‘가방끈’을 잣대로 삼았다. 지난 3년 동안 이 은행에서 저학력을 이유로 문전박대당한 경우가 1만4128건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신용대출 거절 건수의 3분의 1이나 된다. 불공정 상태로 대출을 받으면 영락없이 고금리를 채택해 이런 식으로 벌어들인 돈만도 18억원이 넘는다고 한다. 이 정도면 반인권적 비열행위이자 엄연한 범죄행각이 아닌가.

더 기가 막히는 것은 바로 이 시점에 이 은행을 경영한 이는 고졸 신화의 별이었던 라응찬 회장이었다는 사실이다. 그 때문인지 당시 신한은행 임원 중에는 유독 고졸 출신들이 많아 늘 화제였다. 이런 표리부동하고 몰상식한 대출행태가 과연 신한은행만의 일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일단 신한은행에 대한 특별감사 내지는 특단의 조치가 불가피하게 됐다. 고객 위로 차원에서라도 범금융권으로의 기행적 대출행위나 담합에 대한 조사 확대는 당연하다.

담합으로 인한 폐해는 고스란히 소비자 몫이다. 비단 금융권만의 일이 아니다. 기업 간에도, 하다못해 재래시장이나 유원지 구멍가게에서도 업자 간에 짜맞추기 가격으로 부당이득을 챙기는 행위가 비일비재하다. 2006년부터 4년간 공정거래위원회가 적발해 과징금을 부과한 174건의 담합으로 인한 피해액이 15조원대에 이른 것으로 조사됐다. 매년 3조5000억원 이상의 소비자 피해가 발생한 꼴이다. 그야말로 ‘담합 코리아’답다.

제2의 점령(Occupy) 시위가 벌어져도 할 말이 없게 됐다. 담합 근절에는 소비자들의 강한 견제력이 필수다. 시민단체들은 금융권이든 기업이든 탐욕은 패망의 지름길이라는 인식을 확고히 심어줄 필요가 있다. 내부 부조리를 개선하겠다고 나선다면 금융노조를 나무랄 하등의 이유가 없다. 공정위는 ‘자진신고감면제’에만 의존하지 말고 사법당국과 공조를 통해서라도 사회 전반에 창궐하는 저급한 ‘짬짜미’ 근절에 명운을 걸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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