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은선(47)은 지난 14일(현지시각) 이탈리아 북서부 토스카나 주(州) 포르테 데이 마르미 시(市) 초청으로 ‘파운데이션 빌라 베르텔리’에서 이탈리아 활동 20주년 기념전의 오프닝을 가졌다.
유서깊은 별장이자 아트센터인 ‘파운데이션 빌라 베르텔리’의 야외정원과 실내에 총 75점의 조각을 설치한 박은선의 이번 개인전은 오는 8월 12일까지 약 한달간 이어진다.
개막식에는 포르테 데이 마르미 시(市)의 움베르토 부라티(Umberto Buratti) 시장을 비롯해 현지 미술전문가, 애호가 등 각계 인사 200여명이 참석해 성황을 이뤘다.
경희대 미대를 졸업하고 이탈리아 유학길에 올라 토스카나 지역에서 활동 중인 박은선은 올해로 이탈리아에서 작업한지 꼭 20주년을 맞는다. 이에 포르테 데이 마르미(Forte dei Marmi) 시는 박은선의 이탈리아 활동 20년을 축하하는 대규모 조각전을 열어준 것. 전시에는 1990년대에 제작한 작가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 망라돼 지난 20년 궤적을 살필 수 있다.
작가는 "시(市)의 초대로 이탈리아 활동 20주년을 기념하는 특별전시를 열게 돼 큰 영광"이라며 "앞으로 더욱 정진해 좋은 작품으로 기대에 부응하겠다"고 밝혔다.
박은선은 이탈리아 중서부 토스카나 주(州)의 해변도시 피에트라 산타(Pietra Santa)를 기반으로 활동 중이다. 이 도시는 세계적인 조각의 메카다. ‘피에트라 산타’라는 이름 자체가 ‘성스러운 돌’이란 뜻이며, 인근에는 산(山) 자체가 몽땅 대리석 덩어리인 까라라(Carrara)가 위치해 있다.
질 좋은 대리석과 다양한 석재들이 운집하는 곳이 피에트라 산타여서 이 지역은 ‘세계 최고의 조각도시’로 불린다. 헨리 무어, 마리노 마리니, 호안 미로 등이 이 곳에서 작업했으며, 페르난도 보테로, 줄리아노 반지 등도 작업실을 두고 있다. 바다를 끼고 있는 이 도시는 르네상스 거장 미켈란젤로(1475~1564)가 작업했던 도시라는 점에서 더 유명하다.
박은선의 조각전이 열리는 포르테 데이 마르미 시는 피에트라 산타 바로 옆의 작은 위성도시로, 피에트라 산타에 공방을 두고 있는 유명작가들이 대부분 이 지역에 살고 있어 사실상 명품 조각도시와 같은 권역인 셈이다.
까라라국립아카데미를 졸업한 이래 이탈리아에서 활동 중인 박은선은 두 가지 색의 대리석판을 번갈아 쌓아 올려 긴 탑을 이루는 작품을 선보여왔다. 그의 조각은 기하학적인 세련미와 함께 음과 양, 직선과 곡선이 한 작품 안에 유기적으로 숨쉬어 ‘동양적 추상조각’으로 평가되곤 한다. 작품 중간 중간에 의도적으로 균열(틈)을 만들어 ‘숨통’처럼 생명의 호흡이 교차케 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들어 그의 작업은 좀더 다양한 방식으로 활발히 변주되고 있다. 하나의 창문처럼 이뤄진 조각들은 그 창을 통해 안과 밖, 나와 타자, 현실과 이상이 자유롭게 넘나들며 하나로 어우러져 신선한 하모니를 들려준다.
박은선은 지난 2007년 한국인 최초로 피에트라 산타 시 초청으로 해변공원에서 대규모 전시를 가진바 있다. 또 2009년에는 이탈리아의 유명 조각미술관인 마리노마리니 미술관에서 개인전을 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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