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은 1987년 11월 29일 발생한 대한항공(KAL) 858기 폭파사건 직후 주범으로 체포된 김현희 씨를 직접 조사해 그를 북한 공작원으로 결론내렸던 것으로 드러났다. 최근 국내 일각에서 KAL기 폭파사건 조작 의혹과 ‘김현희 가짜설’이 제기되는 가운데 이런 사실이 새롭게 밝혀져 적잖은 파장이 예상된다.

18일(현지시간) 주한미국대사관이 1988년 2월 본국에 보고한 ‘대한항공 858(Korean Air Flight 858)’이란 제목의 ‘비밀문서’ 57건이 공개됐다. 문서 전문에 따르면 미 관련 당국자들은 KAL기 폭파사건 직후 김 씨를 직접 조사하는 과정에서 김 씨는 미 정보당국이 확보하고 있던 북한 공작원 26명의 사진 가운데 3명을 유럽 베오그라드(2명)와 부다페스트(1명)에서 접촉했던 인물로 지목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조사관들은 이를 근거로 김 씨를 북한 공작원으로 판단했다고 전문은 적고 있다.

미국은 이와 별도로 외국방송정보서비스(FBISㆍ중앙정보국 산하기관)를 통해 1988년 1월 15일 김 씨의 기자회견을 분석해 억양과 어휘를 볼 때 그가 북한 사람이란 결론을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앞서 미 국무부는 김 씨와의 기자회견 직후 주한미대사관에 보낸 언론대응지침에서 “미국은 당시 시점까지 김 씨와 직접 접촉하지 않았지만, 우리는 직접 접촉을 희망하며 한국 정부가 기회를 줄 것이라고 시사했다”고 밝혔었다. 따라서 미국의 김 씨 직접조사가 이뤄진 시기는 김 씨 기자회견 직후로 추정된다.

또한 미국은 당시 한국 내 격앙된 분위기를 고려할 때 한국 정부의 보복 가능성을 크게 우려했으나 당시 전두환 정부는 88서울올림픽과 연말 대선, 정권교체 등을 감안해 보복하지 않기로 결정한 사실도 이번 문서를 통해 드러났다. 


<김영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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