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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 - 홍길용> 고대 로마의 가도 vs. 현대 FTA
로마 가도 순식간에 칼날로 변했듯
FTA 경제효과도 영원할 순 없어
농산품 타격 등 부작용 최소화 등
수혜 제대로 누릴 대책 마련돼야


당(唐) 태종(太宗)의 신하들의 문답을 기록한 정관정요(貞觀政要)에 ‘創業易守成難(창업이수성난)’이란 말이 나온다. 어떤 일을 이루기보다는 지키기가 어렵다는 뜻으로 해석될 수 있지만, 당 태종은 이를 ‘창업은 이미 이뤘으니 이제는 지키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해석했다.

이명박 대통령(MB)의 중남미 순방이 마무리됐다. 글로벌 경제위기가 미국과 유럽에 이어 중국까지 덮치고 있는 가운데 중남미는 새롭게 떠오르는 경제대륙이다. 비록 임기 말이지만 이번 순방의 경제적 의미는 꽤 커 보인다. 특히 콜롬비아와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하고, 멕시코와 FTA 협상을 재개하기로 한 점은 높이 평가할 만하다. 이젠 적어도 경제 분야에서만큼은 MB정부를 ‘FTA정부’로 부를 만해졌다.

하지만 FTA를 체결했다고 해서 모든 경제문제가 풀리는 것은 아니다. FTA 체결보다 체결 후 그 수혜를 제대로 누리고 부작용을 최소화함으로써 FTA체제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FTA는 경제제도의 차이를 없앤 자유무역을 근간으로 한다. 이는 근본적으로 힘의 논리가 지배하는 것을 의미한다. 강한 쪽은 더 강해지고, 약한 쪽은 강해지는 법칙이다.

인류 역사를 볼 때 FTA와 가장 유사한 게 고대 로마의 가도(街道)다. 로마를 중심으로 제국 구석구석까지 뚫린 고속도로는 로마가 속주를 효율적으로 지배하고 적의 침입에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만든 인프라다.

이 로마 가도는 로마제국의 힘이 강할 때는 칼자루가 됐지만, 반대로 로마가 약해졌을 때는 되레 로마를 위협하는 칼날로 바뀌었다. 이민족들은 이 ‘고속도로’를 통해 빠른 속도로 로마제국 전역을 유린했다.

공산품 분야에서 경쟁우위가 있으니 FTA로 득 볼 게 많지만, 농산품 등 경쟁열위 분야에서는 당장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게 상식이다. 대책이 중요한데, 특히 식량과 관계된 부분은 단순한 경제논리가 아니라 안보 차원에서도 접근할 필요가 있다.

아울러 공산품 분야에서 현재의 글로벌 경쟁우위가 과연 계속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도 가질 필요가 있다. 다시 한 번 로마의 예를 들어보자. 의무복무제 시절의 로마군단은 시민병으로 이뤄져 천하무적이었다. 하지만 로마가 번영하면서 로마군단은 용병으로 바뀐다. 고속도로를 통해 마구 유입된 이민족 용병들이 로마군단의 주력이 됐다.

우리나라 제조업이 해외시장에서 성공을 거두는 데는 내수시장의 적잖은 ‘희생’이 따랐다. 자동차나 전자 등 내수용 제품가격이 수출용 제품가격보다 꽤 높다는 사실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제조업에 주어진 싼값의 전기요금과 각종 세제혜택 등도 간접적으로는 국민들의 세부담을 높여준 부분이다. FTA는 이 같은 내수 소비자의 희생을 더 이상 용납지 않는 제도다. 특히 우리와 경쟁관계에 있는, 그리고 경제난을 겪고 있는 선진국들의 견제가 더욱 심해질 것을 예상해야 한다. 이들이 계속 대한(對韓) 무역적자를 수수방관할 리 없다. 당장 국내 자동차시장에서 수입차의 시장점유율이 빠른 속도로 높아지고 있는 점은 좋은 예다.

어느 한편에만 유리한 국제협정은 21세기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FTA는 최선을 이끌어내는 장치이지, 그 자체가 만사해결책은 아니다.

홍길용 기자/kyhong@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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