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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데스크 칼럼 - 김화균> 정치권-재계, 상생의 시대 열라
기업 글로벌 경쟁력 상실땐
정치권도 설 자리 잃게 돼
자본주의 4.0 시대 외치면서
정-재계는 1.0 시대 머물러서야


박지원 민주통합당 원내대표의 재계를 향한 독설이 화두다. 그는 19일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추진 중인 의원입법 검증작업에 대해 “돈이면 헌법을 짓밟아도 되는 것인가”라며 “경제 민주화를 막기 위한 쿠데타적 발상을 취소하라”고 직격탄을 쏘았다. 이 같은 발언은 민주당이 내세우고 있는 경제 민주화 의지를 재확인하고, 다른 정당과의 차별성을 부각시키기 위한 차원으로 풀이된다.

전경련에 이어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도 20일 모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경제 민주화의 개념이 모호해 기업 옥죄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고 경계의 목소리를 내놓았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각종 이슈에서 목소리를 낮춰왔던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이 같은 변화는 여러 복선을 깔고 있다. 일단은 현 정부와 18대 국회에 대한 배신감의 표현이다. 현 정부에 대한 재계의 불만은 적지 않다. 이른바 ‘비즈니스 프렌들리(Business friendly)’ 정책은 정치적 고려에 의한 포퓰리즘에 밀려났다. 물론 전 국민이 동의하진 않지만, 적어도 재계 내부에서는 상당한 공감대를 얻고 있다. 일부 인사들은 사석에서 “아는 사람이 더하다. 믿는 도끼에 발등을 심하게 찍힌 느낌”이라며 노골적인 불만을 털어놓곤 한다. ‘입조심’으로 일관해온 경제단체로선 이 같은 압박을 더 이상 감내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보다 큰 이유는 ‘대선 정국’에 대한 위기감 때문일 게다. 재계는 19대 국회가 출범하고, 정치권 전체가 ‘대선모드’로 돌입하면서 표를 위한 대기업 때리기가 보다 노골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영화 대사를 인용해 “정치권이 한 놈만 팬다. 그 대상이 재계”라고까지 했다. 기업들이 이른바 ‘대관팀’을 대폭 강화하고 나선 것도 방어를 넘어선 생존전략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치권과 재계. 과연 이들의 관계를 규정할 수 있는 긍정적인 단어는 없을까. 곰곰이 생각해봤다. 끝내 떠오르지 않았다. 대신 ‘유착’이라는 부정적 단어만 강하게 오버랩된다. 필자만의 생각은 아닐 것이다. 드라마, 영화, 소설 등 영역 구분 없이 ‘정치인에게 뒷돈 주는 기업인, 기업인에게 특혜 주는 정치인’의 모습이 모범답안처럼 등장한다.

한국 경제는 분수령에 서 있다. 유럽발 경제위기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글로벌 경쟁자들의 반격도 거세다. 외환위기, 금융위기라는 두 개의 험산을 넘으며 내공을 쌓은 기업들도 힘에 버거워하고 있다. 글로벌 경제전쟁의 선봉장인 기업이 느끼는 위기감은 더욱 크다. 기업이 경쟁력을 잃으면 정치도 설 자리를 잃게 된다.

한국거래소 이사장을 지낸 이영탁 세계미래포럼 이사장은 최근 재계를 바짝 긴장시킨 한 권의 책을 냈다. 책 제목은 ‘벌족의 미래 1:이(李)-정(鄭)-구(具)’다. 굳이 설명을 하지 않더라도 이 책 내용을 간파할 수 있을 터. 그는 이 책에서 “재족(財族), 정족(政族), 관족(官族) 등 우리 사회 각 분야 상위 1%가 대한민국 공동체의 밝은 미래를 위해 먼저 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1편은 재족을 다뤘지만 2편, 3편 분야별로 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요즘 학계에서 ‘자본주의 4.0’이라는 용어가 많이 등장한다. 그런데 정-재계 관계는 여전히 ‘1.0 시대’다. 대한민국 미래를 위한 ‘정-재계 상생 2.0 시대’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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