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16년 만에 만난 교수와 제자가 삶과 죽음에 대해 뻔한 교과서 같은 정답들만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 정답이 주는 메시지는 간결하고 강렬하다.
대학교에서 스승과 제자로 만난 모리 슈워츠 교수와 기자 밋치 앨봄은 화요일에 만나는 사람들이다. 수업시간도, 모리의 죽음을 앞두고 밋치가 찾아간 날들도 매주 화요일이다.
현재의 내 삶이 생겨 정신없이 바쁜 나날들을 살아가는 관객들에게 극중의 모리 슈워츠 교수는 “죽음에 대해 생각해 본 적 있나”라는 뜬금없는 질문을 던진다. 하지만 루게릭 병에 걸려 서서히 죽음을 맞이해야 하는 모리 교수에겐 생각해 볼 만한 당연한 질문이다.
죽음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언제 어디서 어떻게 찾아올 지 모른다. 살아있는 동안 순간들을 소중히 하라는 스승 모리의 말들을 제자 밋치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다가도 당연한 진실에 곧 공감하고 그의 말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기자로서 어느 누구보다도 잘 나가는 인생을 살고 있는 밋치에게 나이들어 병들고 힘없는 스승은 한낱 작은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모리가 준 메시지는 학교에서 배운 어떤 가르침보다 값진 것이다.
삼촌의 죽음을 겪으며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그와 이별해야만 했던 밋치는 스승 모리에게 살아있을 때 멋진 말로 이별하라는 가르침, 게으름을 즐길 줄 아는 방법, 일상의 행복 등에 대해 배운다. 봄, 여름, 가을 세 계절이 지나고 결국 모리는 밋치와 이별을 맞이한다. 모리의 가르침은 녹음된 테이프와 책으로 남았다.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의 모리 슈워츠 역 이호재와 밋치 앨봄 역 박준혁. [자료제공=극단 컬티즌] |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실제 미국의 작가 밋치 앨봄과 그의 대학교 스승 모리 슈워츠와의 대화를 기록한 것으로 지난 1997년 책으로 먼저 출간돼 인기를 끌었다. 이 책은 41개 언어로 번역돼 전 세계적으로 2600만부가 팔렸다. 밋치 앨봄과 제프리 햇쳐가 함께 이 책을 희곡으로 만들었으며 일본 등 다른나라에서도 공연되고 있다.
지난달 31일부터 막을 올린 ‘모리와 함께한 화요일’은 국내에서는 2인극으로 꾸며졌다. 스승인 모리 역에는 배우 이호재가, 제자 밋치 역에는 영화와 드라마에서 낯익은 박준혁이 캐스팅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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