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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정재욱> 좋은 일자리 잘 지키려면
현대차는 양질의 일자리
제대로 지켜낼지 걱정
생산성과 경쟁력 없으면
자칫 중국에 다 내줄 판


현대자동차는 규모와 내용에서 자타가 공인하는 국내 최고 직장 중 하나다. 전체 근로자는 4만3000명, 울산공장만 해도 5개 사업장에 2만6000여명이 일하고 있다. 여기에 협력업체와 연관기업 근로자들까지 합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 또 근로자 한 사람당 2~3명씩 식구가 딸려 있다고 보면 그 그늘이 얼마나 깊은지 대강 짐작은 간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다. 사업장 주변에 식당을 열고, 편의점과 세탁소를 운영하는 지역 상인들까지 따지면…. 양질의 사업장 하나가 주는 효과는 이렇게 크다.

이런 일자리라면 어떻게든 지키고 볼 일이다. 아니 지키기를 넘어 6, 7공장을 계속 만들도록 유도해 더 많은 일자리를 끌어내야 한다. 그러나 현대차 울산공장을 한번 둘러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열에 여덟은 “내가 사업주라면 절대 여기에다 일자리를 더 늘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할 게 틀림없다.

왜 그럴까. 노조의 힘이 기형적일 정도로 세기 때문이다. 현대차 공장 생산라인은 사실상 노조에 의해 완전 지배되고 있다. 라인에 투입되는 인원 수, 생산 차종과 물량 등에 회사 측이 끼어들 여지가 거의 없다. 아반테가 잘 나가 물량이 모자라도 쏘나타 라인에서 아반테를 함께 만들 수 없는 구조다. 이를 바꾸려면 노조와 피 말리는 싸움을 해야 한다. 하지만 그조차 쉽지 않다. 노조가 파업 등 실력행사에 나서면 회사는 꼼짝없이 당하게 돼 있는 구조다. 상식적으로 납득이 안 되지만 세계 4대 자동차메이커 주력 생산현장은 이렇게 돌아가고 있다.

현대자동차 북경공장은 중국 베이징(北京)시 외곽 순이(順義)구 공업단지 내에 있다. 현지 관계자와 둘러본 현장은 언뜻 보기엔 정리정돈이 조금 더 잘된 것 말고는 울산공장과 분위기가 엇비슷하다. 하지만 찬찬히 들여다보면 천양지차다. 우선 조립라인이 돌아가는 속도가 현저히 빠르고, 투입된 근로자의 눈매가 살아 있다는 느낌이다. 실제 수치로도 나타나고 있다. 가령 편성효율은 35%가량 차이가 난다. 100명이 라인에 투입되면 울산공장은 53명이 일을 하는 데 비해 베이징공장은 87명이 일을 한다. 당연히 생산성 차이가 클 수밖에 없다. 차 한 대를 생산하는 데 드는 시간(HUV)이 울산은 31.3시간인 데 비해 베이징은 19.5시간이다. 그런데도 근로자 평균임금은 다섯 배 이상 차이가 난다. 이러다 우리 울산공장을 몽땅 떼어다 중국으로 가져가는 건 아닌지 겁이 덜컥 날 지경이다.

최근 미국 앨라배마 주 현대차 미주공장 생산직 근로자 870명을 뽑는 데 2만명 이상이 몰렸다고 한다. 한물간 도시 몽고메리는 2005년 현대차 공장이 들어서면서 수천개의 일자리가 생겨 인근 도시의 부러움을 사고 있다. 이 공장의 생산성은 베이징공장보다 더 높다고 한다. 그 함의가 적지 않다.

현대차 생산직 사원의 평균연령은 45세 정도라고 한다.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면 지금 근로자들은 절반 이상이 퇴직을 한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 빈자리를 회사 측이 즉각 메워줄지 궁금하다. 그 열쇠는 결국 노조가 쥐고 있다고 본다. 노조 하기에 따라 회사 측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 핵심은 고용의 유연성과 작업관리의 효율성이 최소한의 합리성을 유지하느냐는 점이다.

좋은 일자리를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라도 노사 모두 한 발짝 물러서야 한다. 지금 당장 조금 더 내 몫을 챙기려다 일자리를 아예 잃는 우를 범한다면 누구든 준엄한 책임을 면치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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