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버 선장은 영국 작가 로버트 스티븐슨의 모험소설 ‘보물섬’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작가는 그러나 스티븐슨의 원작 소설보다, 어린 시절 즐겨 봤던 데자키 오사무의 일본판 TV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실버 선장에 더 끌린 듯하다.
자신의 인터넷 닉네임을 ‘실버선장’으로 정한 여동헌은 분신과도 같은 실버선장에게 파라다이스인 보물섬을 선사했다. 따라서 이번 연작은 지극히 현대적인 보물섬인 셈이다.
강렬한 오렌지빛 회오리바람이 폭발할 듯 하늘로 솟구쳐 오르는 화면에는 작가의 작업실에 나뒹구는 오색의 물감튜브, 붓, 팔레트가 경쾌하게 등장한다. 또 자동차, 악기, 카메라, 비행기, 애드벌룬, 슈퍼맨, 람보, 마징가 젯트 등도 화려무쌍한 빛깔을 띈채 자리잡고 있다.
여동헌은 전작에서 보여줬던 아기자기한 천국, 달콤했던 도시와는 달리, 역동적이면서도 강렬함이 분출하는 새로운 공간을 통해 스스로가 꿈꾸는 이상향을 형상화했다. 판도라의 상자가 ’뻥’하고 열린 듯 폭발하는 화면에선 작가의 힘차고 행복한 환호성이 들리는 듯하다. 02-733-8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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