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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민병문> 누가 진짜 진보인가
국회의원 몇 석 현재 가치
지키려는 통합진보당의
무법행위는 진보 아니다
김영환 변신이 진짜 진보


좌파는 선전 홍보술에 능하다. 아니 독재 또는 파쇼 정부가 일반적으로 과대 포장과 국민 현혹의 전문가들인 것이다. 전두환 군사정권이 서둘러 컬러 TV방송을 시작하고 프로 스포츠와 88 서울올림픽 유치에 총력을 기울인 까닭도 그래서다.

그러나 이 모든 것조차 좌파들이 선점한 ‘진보’라는 용어에는 당해낼 수 없다. 원래 마르크스ㆍ레닌의 사회주체 변화 필연성을 따라잡자는 뜻의 좌파가 진보 용어를 채택하자 ‘좌파=진보’같이 되었지만 우파 보수는 아무리 변화를 시도해도 여전히 꼴통이다. 현재 가치를 지키기만 하려는 완고한 고집불통은 오늘날 한국 좌파들이 더 심한데 그들은 진보라고 청년들에게 어필한다.

지금 중국에 근 두 달이나 억류돼 있는 김영환 씨만 해도 그렇다. 12ㆍ12 사태로 정권을 주운 전두환이 미국에 가서 인준을 받는 형식으로 집권했던 80년 초 의식 있던 김 씨는 겉으로 인간 중심을 내세운 주체사상에 빠져 진보라는 용어에 피를 끓였다. 그래서 ‘강철 서신’을 쓰는 등 주체사상 대부 노릇을 하다가 방북, 김일성과 두 차례 만나고 92년 민족민주혁명당을 창당까지 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김일성 수령론의 권위주의와 수백만명 아사 등 현실에 실망, 97년 민혁당을 해산하고 전향했다.

따지고 보면 동구 공산권 정권 몰락에서 이미 진보라는 용어는 사라져야 했다. 당시 좌파 집권층들은 오히려 권력을 지키려는 보수파에 불과했다. 독재와 부패를 타도하러 나섰던 저항세력이 진보이고, 기득권 사회당 공산당 집권 측과 관료들이 보수였던 것이다. 김정은 3대 세습 북한 정권이 진보인가, 북한 노동당에 입당해 이들의 자금까지 받았다가 잘못을 깨닫고 전향한 김영환이 진보인가. 계간지 ‘시대정신’ 편집회의에서 만나본 그는 말수도 적고 조용했다. 하지만 내면의 결단력과 추진력이 요즘 북한 민주화 운동의 밑불을 견고히 한 것은 분명하다. 진보 좌파의 결함을 시정하기 위해 또 다른 변신을 추구한 그는 한국의 좌파 또는 이름만 진보인 정당들에게 명백한 진보 아이콘이다. 탈북자 돕기 운동도 그 일환이다.

그런데 민혁당 해산 당시 소수 반대자가 남아 지하활동을 벌이다 이번에 국회 진출까지 하게 되자 폭력과 불법으로 공권력을 무시한다. 검찰의 압수수색 영장쯤 이들에게는 휴지조각에 불과하다. 80년대 주사파, 더 거슬러 올라가서는 60년대 통혁당 사건 때와 비슷한 주체사상 NL계 좌파들이 진보의 탈을 쓰고 우리의 민주적 절차를 무시한다. 그야말로 꼴통 보수들이다.

전향자의 고통은 겪어본 사람만 안다고 한다. 따돌림은 물론 가족, 친지관계 등 복잡하다. 특히 자신과의 싸움은 더하다. 장기수들이 끝내 전향하지 않고 옥사하거나 결국 북한행을 하게 되는 것은 전향했을 경우 자신이 그동안 싸워온 모든 것이 허상이 되기 때문이다. 전향과 좌파의 진보적 변신은 그만큼 어렵다. 김영환 씨와 함께 일하다 역시 전향한 홍진표 씨의 경우 김대중 좌파 정권하에서도 별 볼일이 없게 되자 어머니가 “너는 왜 만날 안 되는 데만 따라다니냐”고 했다는 기록이 매우 상징적이다.

더 이상 진보가 아닌 좌파들을 진보로 불러서는 안 된다. 60년대 통혁당 실세였던 남편의 부탁으로 ‘공산당 선언’을 복사 배포하다 유죄 선고를 받았던 한명숙 전 국무총리가 4ㆍ11 총선을 앞두고 옛날과 다름없이 현재 통합진보당 세력과 연대한 게 진보인가. 국내외 상황이 급변했는데도 달라진 게 없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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