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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팥빙수 한 그릇이 두 사람 점심 값이라니
여름철 무더위를 식혀주는 대표적 서민 음식인 팥빙수 가격이 천정부지다. 7000~8000원짜리는 저렴한 편이고, 1만원 안팎 제품이 수두룩하다. 1인분에 1만3000원짜리도 있다니 기가 막힌다. 지난해보다 대략 35~40%가량 올랐다는데 폭등 근거조차 베일 속에 가려져 알 길이 없다. 팥빙수 한 그릇에 웬만한 직장인 두 사람 점심 값을 지불한다면 정상적인 가격이 아니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 전반에 끼인 거품이 적지 않다. 물가당국이 팔짱만 끼고 있어선 안 된다.

팥빙수 값을 왜곡하는 주범은 프랜차이즈 커피점들이다. 실제 가격 구성을 들여다보면 그렇게 비싸야 할 이유가 없다. 팥빙수의 주 원료는 대부분 중국산 빙수용 팥이다. 대개 소매가격이 5000원 정도 하는 3㎏짜리 팥통조림을 사용하고 있다. 팥과 우유 등 주 재료의 국제 가격이 크게 올랐다지만 15% 내외의 원가비중을 생각하면 그 영향은 미미하다. 커피와 달리 테이크아웃하지 않아 소비자가 매장에 머무는 시간이 길어 가격 부담 요인이 발생한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없다. 테이크아웃한다고 커피 값 깎아주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브랜드 프리미엄과 매장 임대료 등을 넉넉히 감안하더라도 터무니없는 일방적 횡포다.

기업이 이윤을 추구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상식을 넘어서는 가격은 방치해선 안 된다. 업자들의 양식에 맡길 게 아니라 행정력을 동원해서라도 바로잡아야 한다. 정부가 일개 커피점 팥빙수 가격까지 개입하느냐고 비난할 계제가 아니다. 음식 가격은 하방경직성이 강해 한번 오르면 좀처럼 내리지 않는다. 산지 한우 값이 폭락하는데도 음식점 등심 값은 늘 제자리이지 않은가. 또 한 품목의 가격이 크게 오르면 주변 품목도 덩달아 오르는 동반 상승 현상도 있다. 결국 물가 전반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고, 서민 경제에 부담으로 돌아온다.

반면 경기도 고양시 일산 소재 한 중국음식점은 짜장면 한 그릇 값이 990원이다. 그렇다고 재료가 부실한 것도 아니다. 매일 새벽 시장에서 신선한 재료를 직접 구매하고 유지관리비를 최소화하면 그 가격으로도 한 달에 400만~500만원의 수익은 거뜬하다고 한다. 이런 노력과 결과는 주변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쳐 인근 식당들이 일제히 음식 값을 내렸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낮은 가격을 유지하는 ‘착한가게’는 자금 지원과 세제 혜택 등 많은 인센티브를 줘야 한다. 국수 한 그릇을 팔더라도 최소한의 상도의와 시장 질서를 지켜야 우리 사회 전반이 건강해진다. 비합리적인 가격에 대한 응징은 소비자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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