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르크스가 살아있다면(찰스 더버 지음, 강정석 옮김/책읽는 수요일 펴냄)=오늘날의 사회를 ‘기업지배 사회’, ‘코포크라시(corpocracy)’로 정의한 미국의 대표적 진보사회학자 찰스 더버가 마르크스의 시선으로 우리 시대 문제를 짚었다. 마르크스라면 글로벌 경제위기와 극심한 빈곤문제, 기후위기와 죽음의 전쟁 체계 등 21세기 생존을 위협하는 문제를 어떻게 생각할까에 대한 답변이다. 저자는 독일 공동결정제, 토착사회주의와 연대경제, 협동조합 등 대안 체계를 살피면서 자본주의 이행의 희망을 찾는 한편 역사적으로 존재한 좌우의 퇴행적 대안을 제시한다.
▶이한우의 사서삼경 논어로 논어를 풀다(이한우 지음/해냄)=원전에 충실한 읽기로 잘 알려진 저자가 이번엔 조선의 사상적 뿌리인 ‘논어’ 제대로 읽기에 도전했다. 100여번을 반복해 읽기 끝에 그는 기존 논어해설서의 한계를 발견해낸다. 저자는 공자의 사상이 ‘애씀’을 뜻하는 ‘文’과 바탕을 뜻하는 ‘質(질)’에 모두 담겨 있다고 보고 이를 통해 논어를 새롭게 조명한다. 저자는 논어의 첫 구절, ‘학이(學而)’편에 유학이 제시하는 인간상이 들어있다고 본다. 즉, 도덕이나 논하고 체면치레나 하는 인간상이 아니라 부지런히 배우고 익혀 끊임없이 스스로를 혁신해 나가는 인간상이란 해석이다. 맥락이 잘 들어맞는 꼼꼼한 해석이 논어를 새롭게 일깨운다.
▶내가 원하는 천사(허연 지음/문학과지성사)=우울과 자조를 정조로 삶의 허망함에 눈길을 머무는 시인 허연의 세 번째 시집. 일상의 상처를 얘기하지만 비탄에 빠지지 않는 건조한 응시가 있다. 수백만년 이어져온 일상의 지독한 슬픔, 약육강식, 세계에 동화되지 못한 개인을 시인은 담담히 증언한다. “뭔가를 덮어놓은 두꺼운 비닐을 때리는 빗소리가 총소리처럼 뜨끔하다. 기억을 두들겨대는 소리에 홀려 빗속으로 걸어들어간다. 빗속에 들어가 나무처럼 서 있다.”(자라지 않는 나무) 등 살아있음에도 살아있는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는 듯, 일상을 기계적으로 무기력하게 반복하는 현대인의 완전한 부정의 삶이 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