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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한ㆍ중ㆍ일 FTA 서두를 이유는 없다
한국ㆍ중국ㆍ일본 간 자유무역협정(FTA) 협상을 연내 시작하기로 3국 정상이 합의했다. 미국과 유럽에 이어 세계 3대 경제 축으로 부상한 동북아 3국이 경제적 통합의 첫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한ㆍ중ㆍ일 세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은 세계 전체의 20%에 이르고, 교역량은 6분의 1가량 된다. 이처럼 거대한 경제권이 하나의 자유무역지대로 묶이게 되는 것이 3국 FTA다. 더욱이 지리적으로 매우 가까워 상호 보완성과 효율성이 높다는 이점도 있다. 경제적 효과 말고도 동북아 평화와 정치 외교적 긴장관계를 해소하는 데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일단 출발은 했지만 목적지에 순탄하게 도달할지는 미지수다. 우선 농산물 등 정치적으로 민감한 분야는 언제든 돌발 상황이 불거질 수 있다. 역사교과서 문제 등 교역외적 변수와 서로 미묘하게 작용하는 국민 감정도 넘어서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다. 무엇보다 FTA에 대한 3국의 입장 차가 크다. 자유무역에 관한 한 일본은 갈 길이 바쁘다.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전략적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한다지만 가시적인 성과는 보이지 않는다. 유럽연합(EU) 등 선진국은 물론 아시아권과의 FTA 협상도 별다른 진전이 없는 일본으로선 적극적일 수밖에 없다. 동아시아권에 대한 미국의 영향력을 최소화하려는 중국 또한 한ㆍ중 간이든, 한ㆍ중ㆍ일 간이든 경제 주도권 행사가 필요하다.

반면 한국으로선 전혀 서두를 이유가 없다. 우리에게 실질적 이득이 많은 중국과의 양자 간 협상을 이미 시작한 상황이다. 정부가 동시다발적인 협상을 해나가겠지만 3국 간보다는 한ㆍ중 양자 간에 무게를 두는 것은 당연한 판단이다. 게다가 세계 최대 경제권역인 미국, EU와도 FTA가 발효됐다. 완급을 조절하며 협상의 주도권을 쥘 수 있는 유리한 고지에 선 만큼 이를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

세계 경제 문화의 중심이 점차 동북아로 방향을 틀고 있다. 3국 간 FTA 협상 개시는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공동의 이익을 모색해보자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다. 모처럼의 호기를 놓칠 수는 없다. 다만 순조로운 진행을 위해서는 서로의 바닥에 깔린 불신의 그늘부터 제거해야 한다. 무리한 협상 진행은 자칫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길 수 있다. 상호 간 진정성이 확인될 때 한 걸음씩 나아가도 늦을 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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