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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읽기 - 황해창> 한국 관광, 바꿀래? 죽을래?
시내 중국 ‘요우커’북적…곳곳 ‘바가지 코리아’극성
싸구려 마인드 없애고…관광의 기본부터 바꿔야


요즘 들어 광화문 네거리 일대에 외국인 관광객들이 부쩍 늘고 있다. 휴식 겸 자유 관광을 즐길 수 있는 곳이기에 그럴 것이다. 대부분 중국 관광객, 요우커(遊客)들이다. 직장을 오가며 그들을 보노라면 고맙고, 미안하고, 안쓰럽다. 왜? 줄 게 별것 없으니까.

일단 그들의 동선을 그려보자. 대개 동화면세점 주차장에서 하차, 가이드의 간단한 지침을 받고는 삼삼오오 흩어진다. 허기진 이들은 떡볶이나 만두가게로, 사정이 괜찮은 이들은 면세점으로, 또는 광화문광장으로 향한다. 이순신 장군과 세종대왕 동상 앞에서 인증 샷 몇 번 찍고 서둘러 청계천으로 향한다.

청계광장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을까. 한마디로 황당하다. 툭하면 들어서는 무슨 향토전통 어쩌고 하는 장터다. 우선 꼬치구이 떡갈비 냄새가 진동한다. 어묵ㆍ찰옥수수ㆍ컵라면에 기껏해야 목공예 등이다. 전통도 풍물도 아니다. 신기한 듯 청계천을 본다. 그러나 그들은 청계천의 재탄생이나 그 물흐름의 내력에 대해 알지 못한다. 한반도 특유의 동고서저(東高西低) 지형상 기이하게도 거의 유일하게 서에서 동으로 흐른다는 것, 그로 인해 한양에 넘쳐나는 화기를 부드럽게 수기조화해주는 오묘하고 영험한 고전적 해석은 꿈도 못 꾼다. 역시 인증 샷 몇 컷에 동전넣기 몇 번 하고는 끝이다.

그렇다면 명동, 동대문, 남대문 시장은? 더 심각하다. 최근 보도 내용으로는 역겹다. 정상가격의 두 배는 밑지는 장사다. 김치전 한 장에 맥주 2병 5만원, 남산케이블카 주차장에서 서울타워까지 6000원 택시비가 4만원, 5분거리 콜밴 30만원, 명동의 밤을 헤집다 야참으로 택한 야채죽 한 그릇 2만원. 성형수술비는 3~4배나 더 받는다. ‘바가지 공화국’이다.

그들은 과거의 그들이 아니다. 추레함은 실리의 선택일 뿐이다. 남대문보다 동대문 쪽을 더 즐겨 찾는 이유가 단지 ‘세련’ 하나의 차이란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까지 지녔다. ‘꼼수 관광’, 그들의 SNS 한 방이면 그날로 끝난다. 무엇보다 돈보다 더 큰 휴대용 행복은 없다는 것을 안 지 오래다. 지난해 요우커의 해외관광 지출 총액이 8000억달러, 900조원이 넘는다. 중국 해외여행은 매년 20% 이상 늘고, 먹고 물건 사는 재미가 여행 목적이다. 최근 7일 연휴 동안 해외에서 사들인 그들의 명품 총액은 국내 3개월치 거래액과 맞먹는 수준이라고 한다. 한국을 찾는 요우커 수는 줄잡아 연간 200만명으로 500만명은 시간문제다. 1인당 평균 220만원을 풀고 간다니 통 크질 않은가.

때마침 일본의 골든 위크(28~5.6)와 중국 노동절 연휴(29~5.1)에 관광특수가 왔다. 관련업계가 일찌감치 부산을 떨고, 언론들이 ‘한국 관광, 가볼 만한 곳’ 특집까지 쏟아낸 모양이다. 적어도 40만~50만명 정도 올 것이다. 그러나 일단 묵을 곳이 마땅찮다. 비싼 호텔 아니면 난삽한 러브모텔이다. 오죽하면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이 이명박 대통령이 요우커 유치 의욕을 펴자 즉각 잠잘 곳은 마땅하냐고 했을까. 진작 공급과잉인 오피스텔이나 상가빌딩들을 중저가 호텔로 고쳤어야 했다.

답답해서 인터넷도 살피고 관련 서적을 뒤져봤다. 결론은 관광, 맘만 먹으면 별것도 아니다. 황새처럼 목을 빼 주의 깊게 본대서 관(觀)자가 붙는다. 보고, 보이게 하고, 보게 하고, 나타내주는 것이다. 문제는 그냥 보는 것이 아닌 오감(五感)이 동원되기에 만족도가 필수다. 그저 그런 여행은 쥐약이다. 호텔 짓고 안내소 만들고 풍선 띄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정작 더 필요한 것은 ‘정성’이다. 장담하건대 이대로 가면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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