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네통의 창업자인 루치아노 베네통 회장은 22일 기자 회견에서 “내 아들 알레산드로 베네통(47ㆍ사진)에 회장직을 넘길 것”이라고 밝혔다.
내달 78살이 되는 루치아노 베네통은 47년 전 베네통을 창업해 전 세계 120여개국에 모두 6500개 이상의 점포를 가진 명품 패션 그룹으로 키웠다. 그의 아들 알레산드로 베네통은 2년 전 부회장이 돼 경영 수업을 받아왔다.
베네통은 지난 1월 소수 지분을 사들이고 나서 상장을 철회하는 등 경영권 승계 준비 작업을 해왔다.
업계 관계자들은 이로써 베네통 가족 지분이 90% 이상으로 늘어났다면서 알레산드로 베네통이 앞으로 필요하면 자산을 처분하는 등 경영 혁신을 할 수 있는 여지가 확대됐다고 분석했다.
베네통은 1980~90년대 강렬한 원색의 디자인과 에이즈 환자와 수녀, 신부가 입맞추려는 모습 등을 등장시킨 파격 광고로 명성을 얻었다.
하지만 글로벌 스파(SPA) 브랜드인 스페인 자라와 스웨덴의 H&M 등이 강력한 경쟁자로 등장하면서 매출이 줄어드는 등 어려움을 겪어왔다. 베네통의 매출은 지난 10년간 2% 미만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자라를 소유한 스페인의 인디텍스와 H&M의 매출은 각각 4배와 6배 증가했다. 설상가상으로 면화 등 원자재 가격도 크게 뛰어 순익이 30% 가량 하락했다.
베네통의 시가총액은 2000년 42억 유로에서 지난해말 6분의 1 수준으로 쪼그라들었다.
베네통 그룹의 한발 늦은 디자인과 유통망이 빠르고 값싼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 욕구를 따라잡지 못한 탓으로 분석된다. 이미 베네통은 2011년분 배당도 취소하는 등 비상 경영에 돌입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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