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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美·유럽으로…中 ‘교육 엑소더스’ 가속
유학 보편화·한자녀정책 여파
작년에만 34만명 빠져나가

中 세계최대 유학생시장으로
해외 대학들 적극 마케팅

귀국후 중국사회에 변화 앞장
국제사회와 소통 도움 기대


중국에서 교육 엑소더스(대탈출)가 시작됐다. 

일부 엘리트에 국한됐던 해외유학이 보편화되며 지난해에만 34만명이 해외로 빠져나갔다. 지난 2년간 해외유학을 떠난 중국 학생은 1978년 개혁ㆍ개방 이후 총 해외유학생 수의 4분의 1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대외관계를 단절했던 문화대혁명(1966~1976년) 시기에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로 중국 지도부가 교체되고 늦춰진 개혁에 박차를 가할지 고민하는 시점에 많은 젊은이들이 중국을 등지고 서방의 교육을 찾아 떠나고 있다고 전했다.

이들은 중국에 가치 변화의 장이 마련됐을 때 귀국하려 할 것이며, 중국의 국제사회와의 소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의 수도 베이징(北京)에서 남쪽으로 4㎞ 떨어진 허베이(河北)성 스자좡(石家莊). 공업도시인 스좌장은 국제적인 도시가 아니고 특별히 부유하거나 유명 학술센터가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이곳의 제42중학(고등학교)은 지난해 졸업생 600명 가운데 10%가 해외유학을 떠났다. 지난 25일에는 스자좡에서 세계 명문대 100곳이 참여하는 유학생 면접이 열리기도 했다.

이 학교의 두진슈(16ㆍ여) 학생은 FT와의 인터뷰에서 “졸업 후 와튼스쿨에서 회계학을 공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이 학교의 국제반 학생이다. 이 학교에는 해외유학을 목적으로 하는 반이 따로 개설돼 있다.

과거 중국의 해외유학은 대부분 명문대를 졸업한 엘리트들이 해외 대학에서 석ㆍ박사 과정을 밟기 위해 장학생 신분으로 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렇듯 다양한 루트를 통해 해외유학을 떠난다.

중국 교육부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올해 미국 대학원 진학을 신청한 학생은 지난해보다 18% 늘었다. 하지만 전체 미국 유학생 신청자는 이보다 훨씬 많은 43%나 증가했다.

미국 대학 등록ㆍ입학협회의 제프리 페트루치 부주임은 “수십년 전과 달리 유학 오는 이들이 엘리트 일색이 아니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중국의 해외유학생 스펙트럼이 훨씬 넓어졌다고 말했다.

해외 대학들도 중국을 세계 최대의 유학생 유치 시장으로 보고 적극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프랑스의 대학들은 문학ㆍ예술ㆍ패션 등을, 독일은 기계공학 등을 주력 전공으로 내세우며 중국인 유학생 유치에 공을 들이고 있다.

중국의 해외유학 증가는 산아제한 정책과도 관련이 있다. 한 자녀만 허락한 이후 양가 조부모의 경제적 지원이 손자 또는 손녀 1명에게 쏟아지면서다.

하지만 많은 중국인 유학생들은 서구식 교육방식 적응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FT는 전했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한 중국인 학생들은 서구의 토론식 수업에 애로를 느끼고 있으며, 개방적인 성(性)문화를 갖고 있는 현지인들과 잘 어울리지 못한다.

해외유학생들은 또 귀국 후 중국 사회에 변화를 더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캠퍼스 연구 전문가인 칭구는 연구보고서에서 많은 중국인 유학생들이 해외 유학생활에서 돌아온 후 중국에 대해 더욱 비판적으로 변한다고 지적했다.

영국 에든버러에서 유학 후 베이징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유학파 교사도 “중국인들이 해외로 나가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됐다”면서 “이는 중국이 외부와의 관계를 정상화시키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한희라 기자>
/hanira@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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