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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남자 뺨친 '조선의 여성 리더'
'이조' 유일한 여성 성리학자 임윤지당 눈길

<나는 여자다>(세림출판. 2012)는 엄격한 신분사회이자 남녀 불평등이 두드러졌던 조선 개화기 12명의 여성 리더들을 다루고 있다. 더불어 역사적 사실이나 실존인물의 이야기에 상상력을 덧붙여 만들어낸 이야기로, ‘팩션(faction)’이다. 

청소년들에게 롤 모델이 될 만한 인물을 선정하면서 저자가 가장 중요시한 것은 ‘남들이 하지 않을 것을 시도했는가?’라고 한다. 첵은 ‘신념과 뚝심’, ‘도전과 개척’, 그리고 ‘나눔과 도움’편에서 각각 4인의 인물을 보여준다.

이들은 모두 사회 각 분야에서 선구적인 역할을 했고, 자신감을 가지고 자신의 결심을 실행에 옮겼다. 또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더 나은 것을 위해 늘 고민한 인물들이다.

특히 ‘독자적인 학문세계를 구축한 성리학자 임윤지당‘이 인상적이다. 그녀는 1721년 명문 사대부가에서 태어났으며, 조선시대의 유일한 여성 성리학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어려서부터 학문에 남다른 관심과 재능을 보였고, 유교경전을 독학으로 연구해 높은 경지에 이르렀다. 그녀가 그동안 자신이 썼던 글들을 책으로 엮으려고 동생 ’임정주‘에게 보낸 편지에 썼다.

‘나는 어릴 때부터 성리의 학문이 있음을 알았다. 조금 자라서는 고기 맛이 입을 즐겁게 하듯이 학문을 좋아하여 그만두려 해도 그만 둘 수 없었다. 이에 감히 아녀자의 분수에 넘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경전에 기록된 것과 성현의 교훈을 마음을 다해 탐구하였다.‘ (p38)

동생은 그녀가 죽은 뒤 3년 후에 유고를 정리해 <윤지당유고>라는 책을 펴냈다. 그 책을 본 사대부 남자들은 ‘내용과 의미는 심오하고 독창적이며, 문장은 상세하고 아담하여 읽고 외울 만하다‘고 호평을 하면서도, ’윤지당이 이 책을 지은 것이 설사 여성으로서 바람직한 바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라며 거부감을 드러낸다.(p50)

사대부 남자들은 우주와 인간심성을 논하는 고차원적 세계에 여자들이 끼어드는 걸 원치 않았던 것이다.

저자는 임윤지당의 입을 빌어 말한다 “나는 가끔 내가 외로운 마라토너가 아니었나 싶어. 성별이 여자라는 것이 실격 사유가 되어 출전을 금지 당한 마라토너. 그런데도 혼자 경기장 밖에서 자기 페이스를 유지하며 완주한 마라토너 말이야. 게다가 완주만 한 게 아니라, 여자를 배제시키는 경기규칙이 부당하고 여자도 신기록에 도전할 수 있다는 논리적 근거까지 찾아낸 거야.” (p52)

온갖 차별과 사회의 편견 속에서도, 그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지켜낸 여성들의 이야기는, 저자의 희망대로 청소년들의 정신적 성장을 이끌어줄 자극제가 될 만하다.

본인의 이야기를 청소년들에게 들려주는 듯한 구어체식 서술이 다소 어색하고 불편했지만, 청소년들에게는 좀 더 친근감을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북데일리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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