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여섯작가가 보여주는 여백,말할수 없는 걸 말하다
서울 강남구 청담동 네이처포엠 내 박여숙화랑이 ‘여백,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다’전을 연다.

이번 전시는 지난 1992년, 영국 리버풀의 테이트 갤러리(Tate Gallery)에서 열렸던 한국모노크롬 회화 특별전인 ‘WORKING WITH NATURE’전에 대한 오마주 성격의 전시다. 당시 전시는 전세계적으로 적지않은 반향을 불러일으킨바 있다. 박여숙화랑은 그 주역이었던 김창열, 박서보, 윤형근, 이강소, 이우환, 정창섭 화백의 작품을 한자리에 다시 모아 특별 기념전을 꾸몄다.

1992년의 ‘WORKING WITH NATURE’전은 한국을 대표하는 여섯 작가의 살아있는 한국 미술을 선보이는 것이기에 의미가 있었다. 누구 보다 힘든 시기를 통과한 작가들은 우리만의 고유한 예술혼을 절제된 미감으로 드러내 세계인들을 놀라게 했다.

인위적인 것과 자연스러움이 공존하는 오늘의 시대에도 이들 여섯 작가의 간결하고 밀도있는 작업은 여전히 유효하다. 미술의 역사는 쉬지 않고 시공을 넘나들며 온갖 창조물을 직조해내지만 ‘전통의 미’ 속 내추럴리즘이 선사하는 은은하고 미묘한 감성은 외려 더 돋보인다.


20년 전 우리의 내유외강의 정신을 내포한 김창열, 박서보, 윤형근, 이강소, 이우환, 정창섭의 작업에 대해 테이트 리버풀 갤러리의 큐레이터 루이스 비그스(Lewis Biggs)는 “6명의 작가는 모두 모노크롬 작업을 하며, 모노크롬 운동은 한국미술사에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며 "일찌기 말레비치가 그러했듯 모노크롬은 현대미술의 기본바탕이며 깨끗이 비워져 있던 공간으로부터의 채워짐, 비워졌던 부분에 대한 미학적 수긍이다. 한국에서 온 작가들의 작업에는 단순한 색깔의 조합이나 그 안에 작가가 중재하는 안과 밖의 조화로움, 한국 고유의 전통성과 내면 깊이 내재한 자유로움에 대한 열망이 공존한다”고 평했다.


이번 전시회에는 단색화의 주체적인 작가정신을 부각하고 작품에 담긴 여백이 시대적 배경과 맞닿아 WORKING WITH NATURE 전시가 20년이란 긴 시간이 지났음에도 우리에게 여전히 공감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의 작업은 미술사적 의미와 함께 "비워진 페인팅은 없다. 비워져 있다는 자각만이 존재할 뿐"이라는 깊은 미학적 명제를 우리 앞에 던져주고 있다. 전시는 4월17일까지. 02)549-7575. 

사진제공=박여숙화랑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연재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