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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클래식 한류’ 이끄는 발레돌, 아이돌스타 부럽지 않아요~
장면 1. “Bravo!(브라보)” “Oh, cute(오 큐트, 귀여워요)”

지난 16~18일(현지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조버그 극장의 만델라 시어터(The Mandela at Joburg Theatre). 유니버설발레단이 선보인 ‘백조의 호수’ 공연을 관람한 현지인들은 연방 환호성을 터트리며 기립박수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무대에 오른 주역 발레리노(16일 엄재용, 17일 이현준, 17~18일 이승현)를 향한 관객들의 반응에는 ‘귀엽다’ ‘멋지다’는 수식어가 따라붙었다. 공연을 본 현지인 샤리(Shari)씨는 “러시아 발레단의 ‘백조의 호수’도 봤는데 한국 발레리노들의 표현이 더 섬세한 것 같다”면서 “한국 발레리노에게 반했다. 월드 클래스 수준이다”고 소감을 전했다.

장면 2. 이름새겨진 젓가락 선물 공세에 원정 공연 관람까지…

지난 1월. 일본 도쿄 신오쿠보의 한 식당에서는 유니버설발레단의 훈남 발레리노 2명이 ‘디스 이즈 모던’ 일본 투어공연을 앞두고 팬들과 함께 삼겹살 팬미팅을 가졌다. 주인공은 발레리노 이승현과 강민우. 이들이 신오쿠보 거리를 거닐기 시작하자 얼굴을 알아본 현지팬들의 사진촬영 요청이 쉴틈없이 이어져 그 인기를 실감케 했다. 특히 발레리노 이승현은 꽃다발과 편지, 팬들이 직접 짠 목도리는 물론 ‘이승현’ 이름 석자가 새겨진 젓가락까지, 각종 선물 공세를 받을 정도로 일본에선 아이돌 스타 못지않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일본기획사 MCJ 홀딩스 측은 “스타성 있는 발레리노의 인기가 매우 높다”며 “영화배우, 탤런트, 가수에서 비롯된 한류 붐이 클래식 장르까지 이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발레리노 이승현


이 두 장면을 통해 한국 발레의 2막을 가늠할 수 있다. 러시아와 유럽의 발레만이 최고인 줄 알았던 때, 동양인이 발레를 한다는 것은 곧 신체적 콤플렉스를 극복해야 하는 일로 여겨졌다. 한국 발레의 1막이 이와 같았다면 이제 상황은 달라졌다. 될성부른 기량은 물론, 섬세한 감정 표현과 ‘훈훈한’ 외모까지 겸비한 발레돌(발레 아이돌)들이 국경을 넘나들며 한국 발레의 2막을 힘차게 열고 있기 때문이다.


▶얼굴만 예쁘고 잘생기면 발레돌? 실력과 가능성까지 OK~클래식 한류 선봉에 이들이 있다

큰 키에 탄탄한 몸매, 귀엽거나 멋진 외모를 자랑하는 것이 발레돌의 특징이다. 일본 기획사인 MCJ 홀딩스는 아이돌 스타가 봇물을 이루는 가운데 클래식 발레로 새바람을 일으킬 인물을 찾던 중 유니버설발레단의 이승현과 강민우를 보자마자 이들에게 지원사격을 펼쳤다. 벌써부터 일본 케이블 TV에서는 24시간 밀착 취재를 하는 등 한국발레돌은 인기몰이를 하며 그 스타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 같은 인기가 비단 그럴싸한 외모에서만 비롯된 것은 아니다. 유니버설발레단의 문훈숙 단장은 “단순히 외모가 출중하다고 되는 건 아니다. 실력이 뒷받침 돼야한다”고 못박았다.

발레리노 이승현의 경우 최근 수석 무용수로 승급돼 남아공에서 열린 ‘백조의 호수’ 공연을 통해 지그프리드 왕자로 화려한 데뷔 무대를 가졌다. 공연을 마친 후 그는 “발레돌이라는 타이틀을 갖게 됐는데 더 책임감이 느껴진다. 아이돌들도 외국 진출하고 나면 한국에서 인지도가 높아지듯이 발레돌을 통해서 발레 전반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발레리노 강민우 역시 근래 군무단원에서 드미-솔리스트(demi-soloist)로 승급돼 그 가능성을 인정받고 있다. 이에 일본 팬들은 공연을 보기위해 한국까지 원정을 올 정도로 한국 발레돌에 열광하고 있으며 남아공 ‘백조의 호수’ 무대를 본 현지 관객들역시 “표현이 부드럽고 섬세해 매료됐다”며 한국 무용수들의 남다른 매력을 인정했다. 

발레리노 강민우


▶광고찍는 발레돌, 아이돌 부럽지 않아요~

스타의 인기를 가늠하는 지표로는 ‘광고’를 찍는가 여부. 최근 국립발레단의 발레리나 김리회와 발레리노 이동훈은 유명 청바지 브랜드의 광고를 촬영했다. 국립발레단 기획홍보팀 김혜원씨는 “광고주 측에서 리회씨와 동훈씨를 단번에 지목해 캐스팅됐다”며 발레돌 새싹의 스타성을 언급했다.

아이돌 스타의 오빠부대 못지않은 열성 팬클럽의 존재도 발레돌의 유명세를 방증한다. 활동경력 10년이 넘어 지금은 3천여명 정도의 규모있는 발레 팬클럽으로 자리잡은 ‘정익는 발레마을’의 경우, 발렌타인데이나 크리스마스 등 특별한 날이면 의미있는 선물을 직접 제작해 발레 무용수들에게 전한다. 지난 크리스마스때는 팬클럽 회원들이 이동훈 등 발레리노들을 위해 호두 왕자 모양의 진저브레드(생강 쿠키)를 직접 만들어 선물했다. 

용지순 ‘정익는 발레마을’ 팬클럽 회장은 “회원들이 손바느질을 한 수공예품을 전하기도 한다. 정기공연 때마다 단체관람을 하는 것은 기본이고 3회든, 5회든 한 회도 빠지지 않고 공연을 보는 분들도 상당수 있다”면서 “발레리노 이동훈은 훈남 발레리노로 유명하고, 발레리나 이은원은 워낙 눈에 띄는 외모라 한번 보면 잊혀지지 않는다. 발레리나 박슬기는 남다른 연기력을 보여 줘 빠져 들 수 밖에 없다” 며 무용수 저마다 개성이 각기 다르다는 점이 공연을 여러 번 봐도 질리지 않는 이유라고 밝혔다. 이어 “리회씨가 3월 초 있었던 지젤 공연에서 수석무용수로 승급됐기 때문에 조만간 축하 팬미팅을 가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황유진기자@hyjsound> /hyjgogo@heraldcorp.com 
[사진=유니버설발레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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