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장용동 대기자의 부동산 프리즘> 막 오른‘박원순표 마을공동체 만들기’
기반시설 보수·공동체 육성
커뮤니티 유지 장점 불구
매년 수천억 市예산서 부담
한옥마을 등 제한적 시행을


이른바 ‘박원순식 뉴타운 사업’인 마을공동체 만들기의 막이 올랐다. 서울시는 오는 15일 ‘서울시 마을공동체 만들기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공포하고 총 5개 분야 68개 사업에 1340억원의 예산을 투입한다고 발표했다. 

철거 후 아파트를 짓는 기존 ‘뉴타운’식 재개발 관행에서 벗어나 낡고 파손된 도로, 공원 등 기반시설을 보수하고 마을기업 등 마을공동체를 육성하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공약 사업이 본격화되는 것이다. 성북구 한옥마을, 노원구 백사마을 등 올해 5곳의 시범 사업지 선정 작업도 이미 진행 중이다. 이들 지역에 대해서는 노후 기반시설 보수를 비롯해 문화예술 체험공간, 박물관 등 문화공간 건립, 직거래장터와 마을기업 설립ㆍ운영, 공동 육아ㆍ교육시설 설치 등이 펼쳐진다. 따라서 그동안 심각한 문제를 야기했던 전면 철거에 따른 지역공동체 파괴를 우선적으로 막을 수 있고 마을 자생력을 높여 원주민 재정착, 세입자 주거 불안 등의 각종 부작용을 해소할 수 있게 된다. 주거와 보육, 경제 등 각종 마을 현안을 주민이 자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하지만 이 같은 현지 개량 방식은 서울시민이 그만한 대가를 치러야 한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기존 뉴타운 개발 방식은 기반시설 비용을 기부채납 등을 통해 해당 지역 사업 주체가 부담해왔다. 민간 부담으로 해결한 셈이다. 이와 달리 박원순식 뉴타운 사업은 서울시 예산에서 매년 수천억원씩 쏟아부어야 하는 구조다. 지역공동체를 유지하기 위해 서울시민 모두가 비용을 부담하는 공동 방식인 것이다. 때문에 해당 지역 슬럼화 방지를 위한 도시재생비용 부담과 주체에 대한 심도 있는 고민이 전제돼야 한다.

더구나 현행 재개발 방식은 노후 주택지를 허문 뒤 새 아파트를 지어 조합원에게 분배하는 형태로 주거환경 개선과 더불어 시장 상황에 따른 시세차익도 거둘 수 있다. 하지만 박원순식 개발 방식은 주택 개ㆍ보수에 드는 비용은 집주인 본인이 부담해야 한다. 주민이 누릴 수 있는 경제적 실익이 크게 떨어져 집주인들의 호응도가 얼마나 될지도 자못 궁금하다. 초기와 달리 추진동력을 상실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아파트 중심의 소비자 주택선호도 충족 면에서의 문제점도 많다. 예컨대 뉴타운이 추진되는 대부분의 지역은 주거환경이 열악한 다세대, 다가구 등 저층 주거지다. 이들이 살고 싶어하는 대부분의 주거 유형은 아파트다. 국토해양부가 내놓은 2010년 주거 실태조사자료에 따르면 서울시 신규 아파트 수요는 연간 5만가구, 이 가운데 2만2700가구가 비아파트 거주자 수요로 추정됐다. 아파트 수요의 절반이 저층 주거지 비아파트 거주가구 수요인 점을 감안하면 과연 마을공동체 만들기 사업이 얼마나 지역주민으로부터 환영받고 성공적으로 이뤄질지 의문이다. 자칫 열악한 강북 주거공간에 서민만 모여 살아 주거공간 유형에 따른 사회적 계층 분화만 가속화시키는 부작용을 빚을 소지가 충분하다. 이 사업이 일본처럼 소득증가 및 생활의 질 향상 등으로 거주지역 고착화가 뚜렷한 지역에서 성공을 거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우리는 지난 20년 동안 전체 가구의 22% 정도가 주소를 옮길 정도로 이동이 심각하다.

이에 반해 일본과 대만 등은 불과 7% 선이다. 선진 경제구조 및 지방과 수도권 격차 해소가 어느 정도 이뤄진 탓이다. 이 같은 마을 고착화 현상이 나타날 때 단지를 가꾸고 꾸미는 마을 만들기 프로그램의 성공은 가능하다.

따라서 박 시장이 전면적으로 추진하는 마을공동체 사업은 한옥마을처럼 전통성 보존 등 각별한 지역 특성을 가진 지역으로 제한해 시행되는 것이 마땅하다. 아파트 수요가 여전한 서울에서 모든 지역에 이를 적용한다면 실효는커녕 주택의 안정적인 공급구조를 해칠 우려마저 크다. 재건축은 소형의무비율에 막히고 뉴타운 등 재정비 사업은 출구전략에 막혀 표류한다면 서울의 주택난은 재차 심각한 위기를 불러올 소지마저 없지 않다.

ch100@heraldcorp.com


연재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