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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기소청탁 실체 규명 시간 끌 일 아니다
나경원 전 한나라당 의원 남편인 김재호 판사의 기소 청탁 사건이 여전히 안개 속이다. 주장과 부인만 난무할 뿐 실체는 없다. 관련 당사자는 묵묵부답이고, 대법원과 검찰의 대응은 소극적이다. ‘나는 꼼수다’(나꼼수)가 2004년 나 전 의원의 명예훼손 사건을 맡았던 박은정 검사가 김 판사에게 기소 청탁을 받았다는 고백을 했다고 충격적 폭로를 했다. 그러나 나 전 의원 측은 기자회견을 통해 “박 검사는 실제 기소 검사가 아니며 편향된 매체의 터무니없는 정치공작”이라고 펄쩍 뛰었다. 또 해당 사건을 실제 맡아 기소한 최영운 당시 서울서부지검 검사는 “어떠한 청탁도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다. 의혹은 넘치는데 진실의 추는 어디에 있는지 도무지 알 길이 없다.

나꼼수의 폭로에 일일이 대응할 필요는 없지만 이번 사안은 경우가 다르다. 판사가 검사에게 기소를 청탁했다면 여간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검사의 기소독점권에 외부 압력이 작용한 것은 헌법 정신을 정면으로 위배하는 일이다. 더욱이 검사는 판사의 기소 청탁을 들어주고, 판사는 판결로 보상해 준다는 ‘끔찍한 거래’도 얼마든지 상정할 수 있다. 국민적 실망과 분노를 넘어 사법 체계의 근간을 뒤흔드는 일대 사건이 아닐 수 없다. 속히 파문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고 의혹을 해소해야 하는 이유다.

그런데도 사법부와 검찰의 대처는 신중하다 못해 회피하는 듯한 모습이다. 검찰은 나 전 의원 측이 나꼼수 측을 명예훼손으로 고발한 ‘경찰 수사 중’ 사건이라 수사 상황을 확인해줄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역시 사실관계 확인이 안 돼 대응할 단계가 아니라고 한다. 지나친 신중함은 의혹만 더 부풀리게 할 뿐 실체 규명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사건의 실체를 파악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나꼼수의 주장이 사실인지 여부를 기소 청탁을 받았다는 박 검사가 공개적으로 밝히면 그만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어떠한 내ㆍ외부의 압력과 정치적 이해가 끼어들면 안 된다. 본인의 양심에 따라 있는 그대로 말하면 된다. 또 검찰도 보고를 받았다면 그 내용을 국민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대법원 역시 김 판사를 불러 사실관계 확인을 하고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대해서는 확실하게 법적 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아니면 말고 식의 수준 낮은 정치적 공작도, 법을 무시하는 음습한 법ㆍ검 간 거래도 모두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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