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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장칼럼> 적은 이미 대문 안에…
표 의식한 퍼주기 정책 난무

국민‘곳간털기’불안감 가중

공정·효율성 갖춘 체계로

효율적 복지공약 내놔야


복지공약 경쟁이 뜨겁다. 개인의 정견 수준에서 각 정당의 공약까지 복지는 확대일로다. 일부에서는 무상급식을 넘어 무상보육, 무상교육, 무상의료까지 들고 나온다. 

이대로라면 우리는 적어도 내년부터 지금보다 수고를 들이지 않고도 수많은 무상과 파격적인 보상을 받게 될 것 같다. 최소한 유럽식 보편적 복지국가의 문턱에는 들어서는 셈이다.

선택적 복지 영역 측면에서 봐도 우리나라 사회안전망 수준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을 한참 밑돈다는 평가다. 적정한 수준의 보편적 복지 체계는 사회 구성원의 생활을 안정시켜 생산성을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결국 사회ㆍ경제적 양극화를 해소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기에 복지에 거는 국민들의 기대가 높아졌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 보편적 복지 기반의 노르딕 4개국(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덴마크)의 경제성장률이 선택적 복지 정책을 실시하는 미국에 비해 노동생산성이나 경제성장률이 더 높다는 비교통계가 이때 자주 인용된다. 최소한 현재의 극심한 불평등을 시정할 유효한 정책수단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에 보수 여당마저 자신의 정체성을 내던지지 않았던가.

그런데 정치권의 공약 경쟁에서 하나 빠진 게 있다. 바로 효율적인 복지전달체계다. 우리 사회가 일거에 보편적 복지 국가로 진입하기는 힘들다. 싫든 좋든 선택적 체계에서 출발하지 않으면 안 된다.

그렇다면 복지라는 전체적인 자원을 필요한 수급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의 공정성과 효율성은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공정성과 효율성은 복지 급여가 필요한 이들에게 빠짐 없이 촘촘히 전달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또 하나, 성장잠재력 훼손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복지 재원은 결과적으로 부유층의 세부담을 늘리고 법인세율을 높이는 과정을 통해서, 더불어 성장기반 재정투자 축소를 통해서 얻어질 수밖에 없다.

복지 또는 분배 확충도 중요하지만 성장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목표다. 성장이야말로 지속 가능한 복지의 바탕이 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국민들은 복지 확대에 대체로 긍정하지만 ‘곳간 털기’가 아닌가 하는 불안감도 크다. 이제 우리는 성장과 복지를 동시에 추구해야 하는 조금 복잡한 상태에 직면하게 됐다.

따라서 사회적 합의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지금처럼 정치권 일방의 퍼주는 제도, 강요된 제도만으로는 갈등 관리도 힘들어질 것이다. 더구나 정치권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도는 바닥을 맴돈다. 험한 말로, 정치권이 국위 선양이나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한 일이 있는가.

결국 표를 의식한, 표를 위한, 표의 정책만이 난무할 것이다. 양극화보다 더한 혼란과 갈등을 야기할 위험성이 내재하고 있다. 핵심은 계획성 있고 실현 가능한 복지, 우리 형편에서 가능한 수준을 추출해보고 이를 결정해야 한다는 점이다.

문제를 조금 단순화시켜 보자. 오늘 진 빚은 내일의 짐이다. 그 무게는 이자와 함께 점점 무거워질 것이다. 우리가 마음 놓고 신용카드를 쓰지 않는 것은 이런 어려움을 익히 알기 때문이다.

로마의 철학자 키케로는 2100여년 전 말했다. 공화정에서 왕정으로 국가체계를 변경한 당시에도 시민을 현혹하는 선심성 정책을 두고 논란이 적지 않았던가 보다. “적은 성 밖에만 있는 게 아니다. 적은 이미 성문 안으로도 들어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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