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계
실시간 뉴스
  • <사설> 비리혐의와 철새 공천, 인적쇄신 맞나
공천혁명 수준의 인적 쇄신을 다짐한 정치권이 내놓고 있는 4월 총선 공천 후보자 면면을 보면 아직 한참 멀었다는 생각이다. 쇄신 공천의 잣대로 정체성과 도덕성을 강조한 민주통합당이나 도덕성과 참신성을 천명한 새누리당 모두 그렇다. 앞으로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적 전망도 보이지 않는다. 특히 민주당은 새누리당에 앞서 지난 24일 2차로 지역구 공천자 54명을 발표했다. 그러나 여기에 바로 전날 불법자금 수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이화영 전 의원이 포함됐다.

이 전 의원은 유동천 제일저축은행 회장으로부터 1500만원의 불법자금과 몇 년 전 현대차그룹에서 1억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민주당이 ‘개혁’ 대상으로 삼는 재벌과 저축은행으로부터 현역 의원 시절 불법자금을 받은 의혹이 있는 사람을 공천한 셈이다. “재판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는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했다. 지난달 임종석 사무총장을 임명할 때와 같은 원칙이다. 보좌관이 삼화저축은행으로부터 불법자금 1억여원을 받아쓴 사건의 공동정범으로 지난해 말 1심 재판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임 총장 역시 공천을 받았다.

민주당 현역 의원 공천신청자 중에는 ‘청목회’ 사건으로 1심 유죄 판결을 받은 최규식 의원, 학교 이사장으로 있으면서 교비 횡령 혐의로 2심까지 유죄를 선고받은 강성종 의원 등이 있다. 당내에서조차 도덕성을 우려하는 성명이 나오는 형편이다. 이들이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이면 즉시 의원직을 상실하고, 혈세 낭비만 키우는 보궐선거가 불가피해진다. 민주당은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기소된 이광재 후보가 당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지방선거에 나와 당선됐으나 대법원 유죄 판결로 도지사 직을 상실, 작년 4월 소모적인 보궐선거의 원인을 제공했다. 그 비용은 다 국민이 낸 세금으로 충당했다. 보궐선거를 초래하는 측에는 선거비용 일정 부담 또는 후보 금지 등 책임을 물어야 한다. 이 전 지사는 이화영 전 의원과 같은 혐의로 같은 날 다시 불구속 기소됐다. 새누리당 공천 신청자 일부의 전력도 시비가 일고 있다.

공심위원들이 아무래도 이해관계에서 자유롭지 못한 듯하다. 94명의 공천자 중 아직까지 현역 낙천자는 없다. 비리 혐의자, 여야와 무소속을 넘나드는 ‘철새 정치인’, 부친 지역구를 이어 받은 ‘세습 정치인’이 버젓이 공천된다면 이는 말 다르고 행동 다른 구태 정치의 반복이다. 정치권이 내건 공천 혁명이 이 정도밖에 안 되는지 묻고 싶다.


연재 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