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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신숙주의 '내면의 목소리'
조선 초기의 문신 신숙주, 그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절개를 저버린 변절자? 아니면 현실을 중시하고 대의를 따른 인물일까?

얼마 전 인기리에 종영된 KBS2 드라마 ‘공주의 남자’ 속 뻔뻔하고 당당했던 신숙주를 떠올려보면 지금까지는 대중들에게 변절자 신숙주가 더 익숙한 것이 사실이다.

인생을 살면서 한 번의 선택으로 전혀 다른 인생을 살고, 전혀 다른 평가를 받는다. 이것을 모를 리 없었던 신숙주는 어떤 마음으로 선택의 갈림길에 서 있었을까?

김용상의 소설 ‘왕도와 신도’는 신숙주가 일생을 살며 이야기했을 법한 내면의 목소리에 귀 기울였다. 소설 대부분을 차지하는 신숙주의 심경을 있는 그대로 표현했다.

신숙주가 수양대군을 지켜보는 과정에서 겪는 고뇌, 망설임 등의 순간들을 통해 독자들은 그의 내밀한 심경을 읽을 수 있다.

작품 속 신숙주는 힘겨워하며 자신의 선택이 변절자라는 평가를 받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그 길을 걷는다. 외롭긴 하지만 그 길이야말로 신숙주가 생각하는 신도(臣道), 신하의 길이기 때문이다.

신숙주는 절친했던 성삼문에게 “깨끗함은 항상 더러움에서 나오고 밝음은 항상 어둠에서 비롯되는 것”이라는 같은 말을 건네며 자신의 대도(大道)를 걸었다.

현재 방영 중인 SBS 드라마 ‘뿌리깊은 나무’ 속 세종대왕과 강채윤이 주변 의견과는 다른 자신의 길을 걷듯이, 과거의 신숙주도 그저 자신의 길을 걸었을 것이다.

독자들은 ‘왕도와 신도’를 보며 신숙주처럼 거창하진 않지만 일상생활에서 한 번쯤 느꼈던 동질적인 감정과 의식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 길이 맞는지에 대한 의문, 주변 사람들과는 다른 길을 걷는 것에 대한 불안, 어느 것이 더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번민으로 머리를 흔드는 신숙주를 보며 우리 스스로를 뒤돌아 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왕도와 신도’는 여러 TV채널에서 방영되는 사극드라마를 더욱 흥미진진하게 시청하도록 하는 길라잡이 역할을 할 것이다. 이 책의 드라마틱한 스토리가 언젠가 웅대한 스케일의 드라마로 탈바꿈하기를 기대한다.

조정남 이슈팀기자 / 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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