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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공적 공간에 담긴 시간의 흐름..칸디다 회퍼의 사진
<한해를 마무리하는 전시 가운데 사진전이 유난히 많다. 그만큼 사진예술에 대한 대중의 관심과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공간의 시간성’과 ‘유물적 역사성’을 예리하게 성찰한 독일작가 칸디다 회퍼(67)의 작품전이 눈길을 끈다. 그의 전시를 찾아가봤다.>

세계적인 사진작가 칸디다 회퍼(Candida Hofer)의 개인전이 서울 소격동 국제갤러리(회장 이현숙) 신관에서 개막됐다. 독일 쾰른에서 태어나 2차세계대전 종전의 혼란 속에서 파괴된 건물들 속에서 자란 회퍼는 쾰른대 졸업 후 한동안 인물및 광고사진을 찍었다. 그 후 뒤셀도르프 쿤스트 아카데미에서 베른트 베허 교수에게 사사하곤 미술관, 극장, 도서관, 서점 등 다양한 공공장소의 내부를 찍는 예술사진가가 됐다. 그는 공적 공간의 건축학적 관심을 화두로, 구상적 평면성에 기반한 명료하면서도 완결성있는 작업으로 이름을 떨쳐왔다.

즉 사진의 테크놀로지적 요소라든가 대상을 아름답게 촬영하기 보다는 평면, 그 자체로서 대상의 시각적 탐구에 몰두한 것. 회퍼의 사진은 피사체가 된 공간 내부의 오브제와 환경을 그들이 자리한 장소와 진열 방식이 갖는 물질적 한계를 뛰어넘어 ‘시간의 흐름에 따른 변모와 축적’을 보여주는 것이 특징이다. 작가는 “나는 공간이 시간에 따라 어떻게 변해왔는지, 그곳에 놓여진 사물들로 인해 어떻게 변화됐는지, 공간과 사물이 서로 어떻게 연결되었는지를 담아내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이번 전시에는 2009년에 재개관한 독일 베를린의 노이에미술관 내부를 촬영한 사진 12점이 나왔다. 19세기 중반 건립된 노이에미술관은 프러시안 건축양식의 미술관. 그러나 2차대전 중 파괴돼 60여년간 폐허로 방치됐다가 1997년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가 미술관 복원공모에 당선돼 복원이 이뤄졌고, 2009년 다시 문을 열었다.

회퍼는 동서독 냉전체제에 의한 분단의 아픈 상처를 품고 있는 이 미술관의 모습에서 공간의 역사적 변천과, 그 내부에 현존하는 유물에 깃든 시간성에 매료됐다. 마침 "복원과정과 복원 이후를 촬영하고 싶지않는냐?"는 건축가 치퍼필드의 제안도 있어 13년을 함께 작업했다. 회퍼는 미술관 내부의 여덟 곳을 촬영해 시간의 흔적이 남긴 건물 고유의 모습과 화려한 장식, 선사및 중세 이전 시대 유물들이 뿜어내는 역사성을 담아냈다.

그중에서도 작품 ’노이에미술관 IX’는 8각형의 돔으로 이뤄진 미술관의 아름다운 홀과 기원전 1340년 고대 이집트의 ‘절세 미인’인 네페르티티 여왕의 두상 조각을 촬영한 작품으로 ‘인간의 부재와 공간의 역사성’을 압축적으로 드러낸 대표작이다. 회퍼는 자연광을 최대한 활용해 아나로그 방식으로 빛의 흐름과 공간의 역사성을 추적했다.

뮤지엄은 자고로 시간이 경과하며 천천히 변화하거나 소멸되는 오브제를 가득 품고 있는 독특한 장소다. 특히 노이에미술관은 전쟁의 상흔과 이후 보수및 복원작업으로 건물 고유의 건축양식과 호화로웠던 장식, 고대 이집트, 중세 이전의 유물들이 고스란히 드러난 곳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들 건물의 미학적 측면 보다는 ‘내부 공간의 과거와 현재’가 혼재된 유형적 측면에 주목했다. 이렇듯 ‘인간의 부재’와 ‘공간의 역사성’을 평면적으로 드러낸 회퍼의 작업은 현대문화에 담긴 다양한 표상에 접근하는 새롭고 절제된 방식을 보여준다.

칸디다 회퍼는 지난 40여 년간 전세계에서 총 100회 이상의 개인전을 가졌다. 또 카셀 도큐멘타, 베니스 비엔날레 등에도 참여했다. 그의 작품은 뉴욕 구겐하임미술관과 캘리포니아의 게티미술관, 뉴욕현대미술관(MoMA), 프랑스 퐁피두현대미술센터, 베를린 국립미술관, 영국 테이트 모던 미술관 등에 소장돼 있다.

전시는 12월25일까지 계속된다. (02)735-8449. <사진제공=국제갤러리>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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