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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임진강 뱃놀이 그린 겸재의 걸작,일반 첫 공개
조선시대 화가 겸재 정선(1676~1759)의 걸작 회화가 일반에 첫 공개된다.
18세기 중반 임진강(연강)에 배를 띄우고 유유자적 뱃놀이를 즐기는 사대부들과, 부드러운 강줄기, 깎아지른 듯한 기암절벽을 가로로 긴 화폭에 드라마틱하게 그린 겸재의 ‘우화등선’ ‘웅연계람’이 오는 29일 서울 견지동 동산방화랑(대표 박우홍)에서 개막되는 ’조선후기 산수화전-옛그림에 담긴 봄 여름 가을 겨울’을 통해 최초로 공개된다.

이 두점의 그림은 일본에 반출됐던 것을 한 컬렉터가 십수년 전 되찾아와 이번에 처음으로 전시장에 나오게 됐다. 그림들은 1742년 겸재 나이 66세 때 제작한 ‘연강(蓮江)임술첩’이란 화첩에 실린 작품이다. 



영조 18년(1742) 10월 보름날 임술년을 맞아 경기도 관찰사 홍경보는 경기 동부지역을 순시하다가 삭녕(현재 북한지역에 위치)에 있던 우화정으로 관내의 연천현감 신유한과 양천현령 정선을 불러들였다. 경기 고을 사또 중 최고의 시인과 화가를 불러내 뱃놀이를 즐기려 한 것.

그리곤 일행은 중국 북송대 시인 소동파(蘇東坡1037~1101)가 임술년(1082년)에 선유(뱃놀이)를 하며 시를 읊고, 풍류를 나눴던 것처럼 연강(임진강)에서 40리 뱃길을 오가며 여유로운 ‘선상 이벤트’(?)를 즐겼다. 



소동파가 임술년 선유 이후, 대자연 속에 세상일을 잊고 신선이 되고자 하는 심상을 ‘적벽부’라는 걸작 시집에 응축해낸 것처럼 이들 또한 소동파처럼 시를 짓고, 그림을 남긴 것이다. 그만큼 조선시대 내내 사대부들 사이에서 소동파의 ‘적벽부’가 지대한 영향을 미쳤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이 날의 모임을 겸재는 ‘우화등선’(羽化登船:우화정에서 배를 타다) ‘웅연계람’(熊淵繫纜:웅연나루에 정박하다) 등 두점의 그림으로 기록했다. 여기에 홍경보의 서문과 신유한의 글 ‘의적벽부’ 일부, 정선의 발문이 더해져 ‘연강임술첩’이 제작됐다. 3명의 선비는 화첩을 1첩씩 나눠 가졌는데(겸재는 따라서 모두 3벌의 그림을 그린 셈) 그동안 한 벌만 전해오다가 이번에 화첩 원형대로 한 벌이 새롭게 선보이면서 이제 2첩이 공개된 셈이다. 나머지 1첩의 소재는 아직도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학자들은 아마도 망실됐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태호 명지대 교수(미술사학과)는 “이번에 공개된 겸재의 ‘연강임술첩’은 국보로 지정된 겸재의 ‘인왕제색도’ ‘금강전도’의 뒤의 잇는 걸작으로 임진강 진경을 그린 대표작으로 꼽을만 하다”며 “부드러운 먹의 농담으로 유장하게 흐르는 임진강 물줄기를 드라마틱하면게 표현한 점에서 ‘강(江)의 묘사’에 있어선 겸재 그림 중 으뜸으로 꼽아도 좋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조선후기 산수화전’의 기획에 참여한 이 교수는 겸재의 연강임술첩 신(新)화첩본에 대한 논문을 쓰기 위해 올들어 임진강을 세차례에 걸쳐 답사했다. 그리곤 논문에서 실제 촬영한 임진강변 사진들과 겸재의 그림을 상세히 비교했다.


이 교수는 "두폭의 진경산수화이자, 경기도 관찰사의 선유행사를 담은 기록화인 ’연강임술첩’은 옆으로 긴 화면을 적절히 소화한 대가다운 구성방식이 돋보이며, 수평구도로 강변의 단애와 암벽을 여기저기 빌려다 합성해 임진강의 정취를 성공적으로 실어냈다"고 평했다. 또 "고운 비단에 강한 먹을 쓰면서도 옅은 담채와 먹의 농담으로 늦가을 정취가 살짝 감돌게 그렸다"고 덧붙였다.

그는 "이미 알려져왔던 ’홍경보본’이 화법과 서법이 정중하게 정리정돈된 완성작으로 보는 견해가 있으나, 이번 신(新)화첩본의 그림이 회화적으론 한층 성공적"이라고 주장했다. 그 이유는 전자의 구(舊)액자본이 비슷한 톤의 농묵이 다소 경직되고 뻑뻑해 원근감을 잘 살리지 못한데 비해, 신화첩본은 붓의 리듬감이나 먹의 농담 변화가 좀 더 부드럽고 비스듬한 붓 터치로 바위 질감을 내 유연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두 점의 그림 중에서 이 교수는 ’웅연계람’을 더 뛰어난 작품으로 꼽았다. 동일 시간 한꺼번에 제작한 그림이지만 ’웅연계람’이 나루의 암벽을 중심으로 강변의 구성이나 먹의 농담구사가 한결 시원하고 자연스럽다는 것.

한편 이번 ’조선후기 산수화’전에는 17세기부터 20세기 초까지 조선후기 회화의 예술성을 살필 수 있는 문인과 화가 24명의 수묵산수화 50점이 내걸린다.
조선후기의 시작에 해당되는 17세기 창강 조속과 연담 김명국의 작품을 필두로, 18세기 겸재 정선, 반봉 신로, 18-19세기 긍재 김득신, 희원 이한철, 성담 김돈희 등의 작품을 통해 조선후기 산수화풍을 일람하도록 했다.

특히 현재 심사정(1707-1769)의 ‘심산운해’와 ‘방황공망산수도’, 표암 강세황(1712-1791)의 ‘양류어가’, 반봉 신로(1675-?)의 ‘추우오수’ 등 일반에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 많아 관심을 모은다. 또 숲이 우거진 개울가 정취를 그린 성당 김돈희(1871-1936)의 ‘임계루옥’은 서예가였던 성당 김돈희가 그린 그림으로, 역시 전시를 통해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 전시는 12월 13일까지. 무료관람. 02)733-5877

이영란 선임기자/yr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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