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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을 부르는 공연’, 옆구리 시린 청춘에게 손짓하다
밤새 첫눈이 내렸다는 날씨 뉴스에 가슴이 철렁해본 적 있는가? “내년에는 꼭 애인이랑 첫눈을 맞이하겠어!”라며 야심찬 결심을 했거늘, 올해도 역시 ‘첫눈’ 소리만 들어도 가슴 무너지는 이들이 있다. 그 이름 바로 ‘솔로’. 자신도 모르게 호주머니에 손을 넣고 어깨를 움츠리게 되는 계절. 허전한 마음에 뜨끈한 호빵 하나 사들고 따뜻함을 느낄라치면 뺨을 때리는 차디찬 겨울바람이 야속하게만 느껴진다. 여우목도리, 늑대목도리 없이 겨울을 맞이하는 이들에게 절실한 것은 호빵이 아니라 ‘사랑’이다. 여기, 보기만 해도 ‘사랑’이 샘솟는 공연들이 있다. 대리만족이라고? 그래도 혼자서 방바닥 긁으며 ‘건어물녀’ ‘전차남’ 자처하는 것보다야 낫지 않은가.

▶뮤지컬 ‘겨울연가’=‘첫사랑’. 누구에게는 가슴 먹먹한 기억으로, 또 어떤 이에게는 가슴 벅찬 추억으로 다가오는 말. 한마디 단어가 이리도 다른 모습을 가질 수 있을까. 때로는 핑크빛 아름다움으로, 때로는 가슴을 타고 흐르는 독주처럼 쓰디쓴 그 이름. 그런 첫사랑의 아련함과 풋풋함, 아픔까지 되뇌게 하는 공연이 있다. 동명의 드라마로 유명한 뮤지컬 ‘겨울연가’다. 막이 오르고 첫 10여분간 시쳇말로 손발이 오그라드는 유치함(?)만 참으면 된다. 원래 사랑은 유치한 거라고 했으니, 아니 참을 필요도 없다.

꿈 많은 여고생 유진에게 어느 날 문득 찾아온 첫사랑 준상. 유진과 전학생 준상이 펼치는 가슴 설레는 러브스토리다. 여기에 오로지 유진만을 바라보며 아낌없는 사랑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는 상혁의 ‘해바라기 사랑’이 더해진다. 때론 절절하고, 때론 아기자기하게 그려지는 이들의 이야기와 노래에 몰입하다 보면 어느 순간 첫사랑의 ‘순수함’과 ‘진정성’을 다시 한 번 떠올리게 된다. 


한편, 뮤지컬 `겨울연가`는 방영 10주년을 맞아 원작 드라마를 연출한 윤석호 감독의 총 제작지휘아래 섬세한 감성이 묻어난 뮤지컬로 재탄생 됐다. 또, 무대 위 일본어 자막을 보태 일본 관광객들에게도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내년 3월 18일까지. 명보아트홀 하람홀. (1544-1555)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한 편의 로맨틱 코미디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가 12월을 기다리고 있다. 영화로 제작돼 이미 큰 인기를 얻은 바 있으며, 2008년 초연 당시에도 화제를 모은 작품이다. 이번에는 가수 바다, 카라 박규리, 이종혁, 오만석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관객들을 찾는다. 자타 공인 뚱뚱녀 ‘강한별’이 있다. 그런 그녀가 전신성형으로 ‘절세 미녀’로 거듭났다.

‘불행 끝 행복 시작일까?’ 아름다워진 외모를 한껏 뽐내며 위풍당당해진 그녀에게 장밋빛 나날들만 펼쳐지면 좋으련만, 뚱뚱했던 과거를 숨기기에 급급한 강한별은 생각지도 못한 난관에 부딪히며 결국 깨닫는다.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 자기자신을 인정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나도 누군가를 사랑하고 또 누군가로부터 사랑 받을 수 있을까’ 한 번쯤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이 공연을 찾아봄직하다. 


강한별 역을 맡은 가수 바다 역시 “누구나 이상적인 사랑을 꿈꾸잖아요. 그런데 그런 사랑은 자기 스스로를 사랑할 줄 아는 사람한테 찾아오는 것 같아요. 나를 먼저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게 더 중요하죠”라며 완벽한 사랑을 갈구하기에 앞서 먼저 찾아야 할 것은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이번 공연을 통해 깨달았다고 말했다.

특히 카라 박규리와 초신성 멤버 성제 등이 출연하는 뮤지컬 ‘미녀는 괴로워’는 일본 현지 개막 첫 주 공연에서 전회 매진을 기록하는 등 ‘한국 뮤지컬 힘’을 보여주며 주목받아 기대를 모으고 있다. 오는 12월 6일부터 2월 5일까지. 충무아트홀. (1544-1555)

▶연극 ‘십이야’=뮤지컬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랑을 부르는 연극’도 빼놓을 수 없다. 백년 전에도, 천년 전에도 사랑이 있었다. 우리 아버지의 아버지도 사랑을 했고, 내 할머니의 할머니도 사랑을 했다. 그래서 ‘러브스토리’에는 고전이 있다. 셰익스피어 작품 ‘십이야’가 그중 하나다.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는 고전이 무대에 올려지니 진부한 사랑 이야기도 깊이 있게 다가온다. 또 세대와 시대를 넘나들며 존재하는 ‘사랑’의 불멸성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이미 일본 남성극단 ‘스튜디오 라이프’가 내한해 셰익스피어의 원작을 토대로 ‘십이야’와 ‘한여름 밤의 꿈’을 무대에 올려 큰 호응을 얻었고, 다음 달 11일까지 강동아트센터에서는 또 다른 색깔의 기획연극 ‘십이야’를 만날 수 있다. 특히 강동아트센터에서 선보이는 ‘십이야’는 해설자가 등장한다는 특징이 있다. 무대나 배우들의 의상 등은 모두 시대ㆍ공간적 배경에 충실하게 꾸며졌지만 해설자 역할을 맡은 배우는 현대 극단의 연출자로 분한다. “인생은 비와 바람, 회색 구름 아래 걸어가는 것. 언젠가 구름이 걷히고 빛이 가득찬 맑게 갠 날이 오리라 믿으며 걸어가는 인생…” “사랑의 불꽃을 지우는 것은 술뿐…” 등 작품에 등장하는 대사처럼 ‘크리스마스에서 열두 번째 밤’을 뜻하는 ‘십이야’는 한 해를 보내면서 ‘사랑’을 비롯한 인간 보편의 심리와 통찰을 접할 수 있는 작품이다. 오는 12월 11일까지. 강동아트센터. (1544-1555)


▶연극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격동의 시대에도 사랑이 있었음을 전하는 작품이 있다. 거기에다 ‘이루지 못한 사랑 이야기’라면? 누구나 간직한 짠한 추억을 살포시 열어볼 수 있지 않을까. 바로 일본 연극계의 거장 니나가와 유키오가 연출을 맡아 화제를 모은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다. 니나가와 유키오는 최근 “‘로미오와 줄리엣’이 젊은이들의 열정적인 사랑이라면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는 중년 남자와 매력적인 여왕의 이루지 못한 사랑을 그린 중후한 러브스토리”라면서 “셰익스피어 작품의 많은 요소가 담겨 있어 더 흥미로울 것”이라고 밝혔다. 안토니 역은 세계 언론의 극찬을 받았던 명배우 요시다 고타로(吉田鋼太郞)가 맡았다. 여기에 재일한국인 3세 출신으로 숱한 차별을 딛고 일본의 여성가극단 다카라즈카의 톱스타로 활약하며 빼어난 연기와 가창력으로 실력을 인정받은 아란 케이(安蘭けい)가 클레오파트라 역으로 출연한다. 또 옥테비어스 시저 역의 이케우치 히로유키(池内博之)등 막강한 조연진이 가세해 뛰어난 앙상블을 선사할 예정이다. 정치적 격동의 드라마를 바탕으로 로마와 이집트, 두 나라의 운명을 뒤흔든 불꽃 같은 러브스토리를 무대를 통해 만나볼 수 있다. 11월 24일부터 27일까지. LG아트센터. (1544-1555) 



<황유진기자@hyjsound> 
/hyjgogo@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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