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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가난病 구제’ 빈곤층에 대출해줬더니…
미국의 두 소장경제학자

어설픈 도덕·전통경제학 대신

마케팅 상술활용 등

실용적 제3의 해법 제시


빈곤 퇴치를 위한 시각에는 상반된 두 견해가 있다. 하나는 선진국들이 더 많은 돈을 내놓아야 한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지금까지 투자를 했음에도 해결된 것은 하나도 없으니 돈만 투입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라는 시각이다. 

이는 한 국가의 빈곤 문제로 좁혀도 마찬가지다. 돈을 더 많이 기부하도록 독려하는 아름다운 스토리와 밑 빠진 독에 물붓기라는 합리주의 시각 사이에서 빈부 문제는 여전히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한 게 사실이다.

평소 빈곤 문제에 관심이 많은 소장경제학자 예일대 딘 칼런 교수와 컬럼비아대 제이콥 아펠 교수가 제3의 대안을 제시했다. 요즘 유행하는 행동경제학적 해법이다.

즉, 전통경제학이 당연시해온 인간의 합리적 결정이 그다지 들어맞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인간의 감정선을 건드리는 넛지적 해결방식이다.

저자는 무엇보다 수많은 빈곤 퇴치 프로그램들이 사장되는 이유에 주목한다. 선량한 의지만으론 빈곤 문제를 해결할 수 없으며, 실제로 어떤 프로그램이 빈곤 퇴치에 효과적인지 알려면 현장조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무작위 대조실험이 톡톡히 진가를 보여준다.

저자는 먼저 빈곤층을 위한 대출 프로그램에 대한 무작위 대조실험을 실시한다. 빈곤층이란 은행 문턱에 갈 수 없는 이들이다. 저자는 신용등급이 불량인 이들에게 대출을 해줬을 때 신용회사도 수익을 챙기고 대출자도 대출금을 갚고 생활도 나아졌는지 살핀다.

실제로 크레디트 인뎀니티 신용정보팀의 협조 아래 신용불량인 사람 중 일부를 무작위로 우량 등급으로 바꿔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했다. 그 결과 대출을 받은 이들은 직업을 그대로 유지했고 소득도 향상됐다. 신용대출이 일반적으로 빈곤층에게 나쁜 영향을 미친다는 주장을 뒤엎은 것이다. 빈곤층의 창업을 돕기 위한 마이크로크레디트가 원래 기대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굴러가는 걸 개선하는 방법도 시사점이 있다. 대출금을 엉뚱한 데 쓰는 이들을 추적하는 것보다 더 기발한 해법은 그라민 은행에서 따온 개인책임 집단대출이다. 다른 사람의 빚을 떠안을 위험을 없애고 서로 협조할 수 있도록 하면서 은행은 개별 고객을 상담하는 데 따른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소액금융 지원책은 저자가 가장 관심 있게 들여다본 분야다. 금융지원이 만병통치약은 아니며 프로그램의 하나일 뿐이란 걸 보여준다.

저자는 마치 설계사처럼 빈곤의 문제를 건강과 시간, 행복, 직업 등 전면적으로 바라보며 넛지적 해결책을 하나하나 제시한다.

저자에 따르면 똑같은 시간을 일하더라도 시간 배분을 잘하는 것만으로 10% 이상 더 돈을 벌 수 있다. 리처드 탈러가 뉴욕 택시운전기사를 대상으로 한 실험결과는 이를 입증한다.

택시운전기사들은 손님이 많은 바쁜 날엔 일을 더 많이 해 수입을 올릴까. 이런 경제학적 통념과 통하지 않았다. 택시운전기사들은 하루치 일을 정해놓고 바쁜 날엔 더 일찍 목표를 달성하기 때문에 일찍 가고, 한가한 날에는 더 많이 길에서 지냈다. 매일 똑같은 시간을 뛰기만 해도 수입은 5%가 늘고 바쁜 날에 집중하면 10% 수입이 더 느는데도 말이다.

빈곤층 가운데 상당부분을 차지하지만 복잡하게 문제가 얽혀 해결하기 쉽지 않은 저개발국 농업문제에도 현장검증을 통한 넛지적 해법이 위력을 발휘한다.

적당량의 비료를 줄 경우 수확량을 15% 늘릴 수 있는데도 습관대로 비료를 쓰지 않는 농부들을 위해 유효한 게 비료 구매 티켓. 주머니에 두둑한 돈을 만지면서 농사를 잘 지어야겠다는 생각이 가득한 추수가 끝날 시점에 비료 구매권을 파는 것이다. 이를 통해 실제로 농부들이 비료를 구매하고 수확량이 1.5배 늘었다.

저축상품에 가입시키는 방법, 아프리카 말라리아 퇴출을 위해 모기장을 팔 것인가, 그냥 줄 것인가 등 현장에 직접 효과를 불러일으킬 수 있는 대안들은 여러모로 쓸모가 많다.

저자의 새로움은 옳고 그름의 어설픈 도덕적 설파나 경제학적 설명 대신 실제적 효용성을 택한 데 있다. 마케팅이란 상술도 빈곤을 더 구제할 수 있다면 써야 한다는 주장이다.

답은 현장에 있는 셈이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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