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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책>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외 신간 다이제스트
▶김탁환의 원고지(김탁환 지음/황소자리)=예술가라면 흔히 신 들린 듯 어떤 영감에 휘둘려 작업하는 이미지를 떠올리 게 마련이다. 그러나 무아지경에서 자동 서술하는 작품은 극히 드물다. 다작의 작가 김탁환은 2000년 이후 10년 동안 창작활동을 하는 사이 사이 쓴 창작일기를 통해 글쓰기가 고된 노동임을 고백한다. “더 집중해야 한다. 더 고독해져야 한다. 버텨야 한다”며 자신을 다그치고, 낙관과 비관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비켜가며, 쑤시고 아픈 몸을 견디며 창작과 퇴고를 반복해온 생활이다. 피를 말리는 퇴고의 과정, 글이 잘 써지지 않을 때 다시 첫마음을 불러일으키게 하는 작가들, 영화감상, 가족 등 작가의 글쓰기와 일상에 대한 얘기가 징검다리처럼 놓여 있다.

▶건륭제(마크 C. 엘리엇 지음, 양휘웅 옮김/천지인)=박제가, 홍대용, 박지원 등 18세기에 활약했던 북학파는 대부분 청나라 건륭연간 북경을 방문, 문화적 충격을 받았다. 건륭제는 청의 황제이기만 한 게 아니라 몽골인과 만주족에게는 칸이었고 불교신자에게는 차크라바르틴이었으며, 문무를 겸비한 전사이자 학자, 시인, 예술가, 후원자였다. 이 전기문은 위대한 황제의 업적과 함께 그의 말년 시대상황에 대응하지 못한 실패와 혼란 등 공적인 삶과 예술과 여행, 사냥을 즐긴 한 인간의 일상과 취미, 희로애락 등 사적 영역을 치밀하고 간결하게 묘사해냄으로써 르네상스맨으로서의 건륭제를 입체적으로 보여준다.


▶너무 늦은 시작이란 없다(한경희 지음/동아일보사)=한경희는 브랜드다. 스팀청소기 하나로 가전업계 돌풍을 일으킨 주인공이지만 사람들은 제품보다 한경희를 더 신뢰한다. 그가 여전히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일들에 도전하며 신화를 써가고 있기 때문이다. 36살, 적지 않은 나이에 그는 공무원을 그만두고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선다. 스스로의 힘으로 일구어가는 회사를 만들고 싶다는 꿈이다. 그 허기가 3년 만에 1000억원의 매출로 돌아왔다. 성공 드라마이자 인생 도전기인 책을 통해 저자는 ‘진짜 인생을 찾으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이제는 늦었다’며 주저앉지 말고 시작하라는 것이다. 그가 발견한 성공의 비밀은 꿈. ‘꿈의 크기가 당신의 크기를 결정한다’는 걸 저자는 경험적으로 들려준다.

▶종이책 읽기를 권함(김무곤 지음/더 숲)=엄청난 독서량을 자랑하는 ‘책 읽는 사람’ 김무곤 교수가 들려주는 책읽기에 관한 책이자 책 옹호론. 저자는 종이책은 무한 에너지를 가진 매체라고 말한다. 영원한 배터리를 품고 있다는 것이다. 종이책의 또 다른 매력은 인간의 감각을 다양하게 자극하는 매체라는 점. 책 읽기를 통해서만 얻을 수 있는 자산들은 일일이 꼽기 어려울 정도로 풍부하다. 그는 책읽기가 텔레비전을 보거나 인터넷을 하는 일에 비해 고통스러울 수 있지만, 온전히 읽어냄으로써 정신의 팽팽한 탄력을 밀고 나가는 힘, 즉 지성을 얻을 수 있다고 말한다. 책에 대한 탐닉, 책과 놀기 등 저자의 책사랑이 흠씬 느껴진다.

▶2천년 식물 탐구의 역사(애너 파보로드 지음, 구계원 옮김/글항아리)=고대 희귀 필사본에서 근대 식물도감까지 2천년 식물학의 역사를 탐험한 식물 통사. 오늘날 적용되고 있는 식물 분류의 규칙이 탄생하기까지 그 과정에 참여했던 인물들의 활약상을 담아냈다. 특히 식물의 이름 짓기에 초점을 맞춰 세상의 모든 식물에 이름과 질서를 부여하고자 한 인류의 욕망이 어떤 식으로 전개되고 폭발했는지 드라마틱하게 보여준다. 르네상스 초기,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사고방식이 자연계에 대한 연구와 분류로 이어지면서 식물과 인간관계도 달라졌다. 식물 사이에 어떤 연관성이 있는가를 연구한 식물 철학자 테오프라스토스, 구텐베르크 인쇄술 등 출판 문화와 함께 한 식물 탐구의 역사 등 인문학적 시각이 흥미롭다.

이윤미 기자(mee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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