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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메디 프랑세즈 극장장 뮤리엘 마예트 “나 역시 배우, 예술가들 머릿속 훤히 들여다봐”
지난 14일부터 3일간 공연된 코메디 프랑세즈의 ‘상상병 환자’는 몰리에르 작품 특유의 통렬한 비판의식으로 한국 관객을 사로잡았다. 17세기에 완성된 작품은 현재 한국의 상황에 적용해도 어색함이 없었다. 자신이 병을 앓고 있다고 믿는 주인공 ‘아르강’을 통해 17세기 프랑스 사회의 허세와 의사들의 권위주의 등을 풍자, 관객들의 공감을 샀다. 번역의 어려움과 문화적 배경 차이에도 불구하고, 객석은 실시간 폭소로 가득찼다.

코메디 프랑세즈는 330년 전통의 세계 최고(最古) 극장으로 전세계적인 명성을 이어가고 있다. 초기 극장장인 작가 몰리에르의 작품을 주로 올리는 이 극장은, 프랑스인들에게는 ‘몰리에르의 집’, 줄여서 ‘집(메종)’이라는 애칭으로도 불린다. 대중성이 약한 장르인 연극만으로 300년 넘게 지속해온 것은 철저히 배우 중심의 시스템 덕분이다. 배우들이 힘을 갖고 움직이는 극단으로, 코메디 프랑세즈의 단원이 된다는건 배우들에겐 특별한 영광이다.


과거엔 정치권 출신 등이 많았지만, 최근에는 극장장도 배우들 가운데 선발된다. 최초의 여성 극장장이기도한 뮤리엘 마예트 현 대표는 1985년 20세때 배우로 합류, 1988년 정식 단원이 됐다. 이번 ‘상상병 환자’ 한국 공연에서는 하녀 뜨와네트로 열연했다. 그녀는 코메디 프랑세즈의 극장장이면서, 현역 배우도 겸한다. 지난 15일 서울 장충동 앰배서더 호텔에서 마예트를 만나 인터뷰했다.

“제가 배우이기 때문에, 예술가들이 머릿속에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해하기 쉽죠. 예술가들은 이성적인 언어보다 가슴에서 나오는 감성을 중시하거든요. 20세에 코메디 프랑세즈에 들어와서, 이 조직의 장단점을 잘 알고, 큰 배를 어떻게 이끌어나가야할지 노하우도 알고 있습니다.”

마예트는 2006년 극장장으로 첫 임명된 후, 연임(5년 임기) 중이다. 배우를 겸하면서도 평소에 극장장과 배우의 일을 철저히 분리하진 않는다고 했다. “극장장이 된 것은 혼자가 돼야 한다는 것에 동의한거죠. 하지만 연기할 때는 전혀 다른 일입니다. 평소하던대로 배우가 되는거죠.”

그는 ‘상상병 환자’에서 가장 큰 역할인 하녀 역을 맡아, 26년차 배우의 진수를 선보였다. 그는 몰리에르 작품의 미덕으로 “인간의 단점을 아주 엄격하게 묘사하면서도 사랑을 담아 희극으로 승화시킬 줄 아는 것”이라고 표현했다. 프랑스만의 지엽적인 정서가 아닌, 인간의 보편적인 정서를 담고 있는 것도 높이 샀다. 특히 ‘상상병 환자’에 대해서는 “몰리에르의 일생이 담겨있다”며 “종교에 대한 두려움이나, 당시 소원했던 딸과의 관계 등 좋지 않았던 그의 처지를 정직하게 극으로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한국 관객과 코메디 프랑세즈의 호흡에 대해서도 “아주 만족스럽다. 보통 외국 투어를 가면 번역이나 문화적 차이 때문에 반응이 지연되는데, 한국 관객들은 즉각적인 반응이 쏟아졌다”며 “짐을 싸서 멀리까지 온 보람이 있었다”고 했다.

끝으로 그는 코메디 프랑세즈가 몸소 실천하고 있는 연극의 미덕도 강조했다. “코메디 프랑세즈의 객석 점유율은 94%에 달합니다. 하지만 단지 관객수를 채우기 위한 채움은 의미가 없죠. 사람들이 연극에 관심을 가지도록 해야합니다. 연극은 대사가 시적이고, 감정보다는 의미를 전달하는 매체죠. 그게 대중과의 소통에 있어서는 위험한 부분이지만, 꼭 필요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극은 유일하게 우리가 사는 삶을 재현할 수 있는 수단이니까요”

조민선 기자/bonjod@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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